성찰/김우창 지음/한길사 펴냄
인문학자 김우창의 시선을 통해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성찰; 시대의 흐름에 서서'는 김우창이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156편의 칼럼을 묶은 것으로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합리적이고, 깊은 시각으로 살펴 본다. 2003년 겨울부터 2009년 겨울까지 만 6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현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의 칼럼은 '자유로운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지극히 이성적이고 윤리적이며 또한 미적이다. 아래를 굽어보고 위를 살펴보는 그의 시선은 어떤 문제에서나 열려 있고, 넉넉하며 균형 잡혀 있다. 그래서 흔히 김우창을 이야기할 때 '삶의 기율과 질서를 만들어내는 그 사유의 힘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 서서'라는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는 관조적 글쓰기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과 옳은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적 상황에서 과거와 미래를 보고, 개인과 사회를 두루 살피며, 삶의 현상으로 드러나는 좁은 문제를 역사의 큰 흐름을 통해 성찰하는 것이다.
칼럼의 주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입시제도, 학문의 자율성, 환경문제와 생태, 4대강 사업 등 거대 공공건설의 문제점을 비롯해 촛불집회와 쇠고기 수입협상, 금융위기, 대통령 선거 등 수많은 시대적 화두를 깊은 성찰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김우창은 서구 근대성의 가장 중요한 계기로 보는 하버마스를 언급하며 '이성적 성찰은 방법적인 필요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간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문화의 기초 그리고 민주주의적 사회제도의 기초가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현실 역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는 행동은 현실 효능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하며 '사고와 행동의 많은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여러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준비과정이 된다. 그 가운데 현실 선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그 선택은 포용이라는 대전제하에서 설득과 타협으로 수렴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민주주의 사회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전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의 자유는 제도 속의 자유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의 제도적 질서의 보장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란 적어도 이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안에서의 여러 인간적인 계획은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투명성은 사회제도의 기본이다. 이 투명성은 법과 도덕과 합리적 문화로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우리 사회가 외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그와 함께 상대적 빈곤과 불안감이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현재 한국인들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대변동 속에서 시달리고 괴로워진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거대화하고 익명화한 힘에 기대어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 큰 것, 더 좋은 것을 향한 욕망으로 번져간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이 정당화되고 의미 있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만 (중략) 내면의 동의 없이 사는 삶은 결국 나의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한한 극적인 대립만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정규교육 수준은 굉장히 높아졌지만 깊은 사유는 없고, 오직 자기주장만 쏟아내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김우창의 이 칼럼집은 우리사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파악해야 할지 많은 가르침을 준다.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독자라면 그가 보수든 진보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다.)
지은이 김우창은 1937년 전남 함평 출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와 미국 코넬대 대학원을 거쳐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와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학술원 석좌교수로 있다. 1965년 청맥지에 '엘리어트의 예(例)'로 등단한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이다. 888쪽, 2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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