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여행길에 만난 신라탑

입력 2011-11-05 08:00:00

여행길에 만난 신라탑/박준식 글'사진/계명대출판부 펴냄

탑은 부처님의 깨달음과 위대했던 생애를 현존하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전달하기 위해 부처님의 진신사리 또는 경전, 기타 공양물을 봉안한 사찰의 기념건축물이다. 우리나라 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절정을 이루었다. 신라의 탑은 서라벌에서 시작되었고 서라벌에서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라벌에 높은 품격을 지닌 탑들이 즐비하다. 이 책의 저자는 신라탑에 반해 30년간 전국의 탑을 찾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했다. 신라탑의 역사적 배경, 얽혀 있는 인간의 이야기, 탑의 구조적 특징을 상세하게 전해준다.

나원리5층석탑 앞에서 저자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떠올린다. '전체적으로 감미롭고 섬세하며 낭만이 넘치는 선율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어느덧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호방한 두드림이 우리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그 조화가 절묘하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석가탑도 전문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다. 설계자 아사달이 매우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었는데, 지붕돌을 넓게 처리해 장대함과 경쾌함을 동시에 사리고 있다. 또 석가탑에 전해지는 설계자 아사달과 부인 아사녀의 애절한 전설도 함께 싣고 있다.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야기도 흥미롭다. 세계 최초 목판으로 인쇄된 인쇄본인 이것은 1965년, 도굴꾼에 의해 발견됐다. 도굴꾼이 해체하다가 너무 무거워 밤사이 일을 끝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탑이 기울어진 것을 스님이 발견함으로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이처럼 탑에 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제 경주를 다니다가 들판에서, 절에서 만나게 되는 탑이 허투루 보이지 않게 될 것 같다. 저자가 애정어린 시선으로 신라탑을 좇아가며 쓴 이 글들은 신라탑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준다. 253쪽, 1만8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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