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MVP 경쟁 하차 "내 안에 형우 있다"

입력 2011-11-04 09:54:26

득…오승환 향한 표심 얻어 최형우 유리, 실…투표에 혼란 가중 다른 후보

프로야구 MVP 투표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였던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돌연 후보 경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승환은 "팀 후배인 최형우와 MVP 경쟁을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최형우는 방출 선수 출신으로 피나는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팀의 중심타자로 발돋움해 홈런'타점'장타율 등 타격 3관왕에 오르며 팀의 우승에 이바지했다"며 자신으로 향한 표심을 최형우에게 몰아줄 뜻을 내비쳤다.

오승환의 최형우 밀기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올해 MVP 후보는 4명이다. 다승'평균자책점'승률'탈삼진 등 투수 4관왕을 차지한 KIA 윤석민과 47세이브의 오승환이 투수 쪽 후보다. 홈런'타점'장타율 등 3관왕에 오른 삼성 최형우와 타격'출루율'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롯데 이대호가 타자 쪽 후보다. 모두 내로라하는 성적을 거두며 후보에 올라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승환과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의 활약과 팀 우승으로 다소의 어드밴티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이 오승환과 최형우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표가 분산될 우려 때문이다. 삼성은 비슷한 전례를 갖고 있다. 전대미문의 통합우승을 이룬 1985년. 삼성은 25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김시진(25승1무5패10세이브'승률왕)과 김일융(25승6패)이 투수 쪽에서, 홈런왕(22개)을 차지하며 3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한 이만수와 타율 (0.373)과 출루율(0.476) 타이틀을 거머쥔 장효조가 타자 쪽에서 MVP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도 홈런 공동1위'장타율1위'타격 3위로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린 해태 김성한이 차지했다. 삼성은 한 팀에서 4명의 선수가 후보에 올라 표가 분산된 반면, 김성한은 지지표를 집중시켜 상대적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오승환의 이번 발언은 '한 팀의 두 선수가 서로 공치사하는 것이 팀워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변의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투표 결과에 따라 두 선수는 서로 껄끄러운 관계가 될 것이 뻔하고, 이렇게 될 경우 내년 시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승환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오승환이 후보 경쟁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국회의원 선거 등 일반 선거처럼 후보 등록 자체가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

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후보에 오른 선수가 사퇴의사를 밝힌 건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일이다"며 "MVP나 신인왕 후보는 선발위원회를 통해 뽑힌 것이므로 사퇴할 수 없고 당연히 투표 때 후보에 계속 남게 된다"고 했다.

오승환으로 향한 표심이 최형우 쪽으로 돌아선다면 최형우는 오승환의 표까지 얻게 돼 MVP 수상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혼란을 가중해 다른 후보 쪽으로 표가 흩어진다면 두 선수에게 모두 불리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구단이 직접 MVP 후보 교통정리에 나선 게 아니다. 우리 또한 오승환의 이런 결정이 당혹스럽다"면서 "선배가 후배를 위해 선의를 베푼 일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MVP 및 신인왕 투표는 7일 프로야구 담당 기자단의 투표로 이뤄진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