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자칫 2008년 12월 첫 한·미 FTA 비준안 상정 때처럼 해머나 전기톱이 등장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를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에선 1차 관문인 외교통상통일위 의결절차를 생략한 채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오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아직 국회의장에게 제안하지 않았다"면서도 "야당이 혹시 물리적 충돌을 상상이라도 한다면, 국민의 매서운 여론과 표심으로 심판이 따라간다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진보신당 김혜경 비상대책위원장, 창조한국당 고봉균 사무총장 등 야 5당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이준동 한국농민연대 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대거 참석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하려 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04년의 탄핵 상황과 같은 사태를 연출해 한'미 FTA 문제를 악용하려는 민주당의 저의는 올바르지 못하다"며 "민주당이 민노당의 2중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디데이'(D-day)는 본회의가 열리는 3일이나 10일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10일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황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강행 처리에 대해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직권상정 시 물리적 충돌과 민심 이반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무리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청와대의 비준안 조기처리 의지가 워낙 강해 3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여권 관계자는 "직권상정을 할 경우 최대한 빨리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여야 간 추가 대화 가능성 등 상황을 좀 지켜본 뒤 늦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시 통과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준안은 재적의원 295명 가운데 절반(148명)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보면 한나라당 의원 168명만 있어도 처리는 가능하다. 그러나 내부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성명을 내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고, 지키지 못하면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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