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단기적인 지급능력을 알아보려면 유동비율을 따져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기업의 유동성 상태가 건전한지 좀 더 심도 있게 분석할 때는 유동비율 중에서 재고자산을 따로 떼놓고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유동비율은 재고자산과 당좌자산을 합해 유동성을 판단하는 지표인데 재고자산은 현금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개의 기업은 3, 4개월분까지 재고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만약 재고자산의 판매대금을 전부 현금으로 결제받으면 다행이지만 어음이라면 현금으로 회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재고자산이 모두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당좌자산만으로 기업의 유동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바로 당좌비율이다.
당좌비율은 유동부채를 갚기 위해 사용 가능한 돈에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등 즉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만을 포함한다. 당좌비율은 최근 대차대조표상의 당좌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눠 백분율로 구한다. 예를 들어 당좌자산이 1천억원이고, 유동부채가 1천억원이면 당좌비율은 100%다. 당좌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의 단기적인 현금 동원력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좌비율이 100% 이상이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만약 당좌비율이 100% 이하인 경우라면 현금성 자산보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더 많다는 뜻이다.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이 좋은 기업은 별 어려움 없이 운전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흑자 부도 위험도 피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부채비율도 꼽을 수 있다. 기업 경영에 부채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면 무서운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높은 레버리지효과로 수익성이 좋을 것이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높은 부채비율은 그야말로 독이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부도로 내몰리게 된다.
부채비율은 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누어서 백분율로 구한다. 총부채에는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를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면 총부채가 1천억원이고, 자기자본이 500억원이면 부채비율이 200%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50% 이하면 안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업종에 따라서 좀 다르다. 가스, 전기와 같은 공공사업을 하는 기업이나 금융회사처럼 자본집약적인 기업은 부채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부채의 위험성을 일찌감치 경험했다. 바로 IMF 경제위기였다. 1998년 말 상장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이 339%였다. 지금은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가 1997년 말 부채비율이 295%였고, 현대자동차의 경우 무려 490%였다. IMF의 고통은 바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경영과 설비투자 과잉으로 인한 것이었고 그 대가는 전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IMF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높아졌다. 2009년 말 상장 제조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85%에 불과한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낮아졌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국가 부채의 문제이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가계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 그만큼 부채비율이 중요하다.
허수복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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