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정치편식'…"박근혜 안되면 어떻게 할거야"

입력 2011-10-31 10:33:29

각 지역에서 모인 언론인들이 10'26 재보궐선거 직후 여의도에서 정치판을 안주로 술자리를 펼쳤다. 주제는 내년에 실시될 총선과 대선에서의 정치지형 변화였다.

수도권과 충청지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기자들이 열변을 토했다.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지지 못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경제 하나 제대로 살리겠다는 약속에 모든 것을 덮어두고 현 정권을 지지했는데 없는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어떻게 됐느냐"는 하소연이 봇물을 이뤘다.

◆ '왕따'당하는 대구경북

소주가 몇 잔 돌자 대구경북 언론인들에게로 화살이 날아왔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시대가 저물면 어떻게 할 거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만 믿고 있어도 되겠느냐", "부산경남은 노풍(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세)이라도 있지만 대구경북은 무풍지대니까", "대구경북은 다음에도 어차피 '미워도 다시 한 번'일 텐데 물어 뭘 하느냐" 등등.

세상 사람들로부터 정치분야에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이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이런일이 있었다'며 고향사람들은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쎄게 먹고, 쎄게 굶겠다는 보리문동이들의 의지인 걸 어떡하냐. 그리고 특정 지역이 특정 정치세력을 장기간 지지하는 투표행태가 비단 대구경북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지 않느냐. 선택하고 선택에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니까 대구경북 사람들도 그동안의 선택에 대한 판단을 하겠지. 하지만 내년에는 박 전 대표라는 지역출신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으니까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같은 지역 분위기에 대해 한 정치학자는 "폭식과 단식을 반복하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하듯 지역발전 역시 '전부가 아니면 전무'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다"며 "대구경북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온전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중앙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지역민들이 모든 정파들에게 '잘 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경제자유구역 구축사업의 경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향후 2개, 3개 정권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온정주의'정치적 편식 탓

아울러 민주당의 핵심관계자는 "대구경북은 물론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화두의 경우 비한나라당 진영이 그동안 훨씬 더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성과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에서 '벽'을 느낀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묘를 발휘하지 못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 정치권에 따끔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지역민들의 온정주의도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삼성자동차 이전, 낙동강 식수 오염 등 지역민들을 분노하게 했던 대형사건 이후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거철만 다가오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온정주의가 지역사회를 감싸고 돌았다. 지역정가에선 지난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동남권신공항 사업 무산에 대한 지역민들의 분노 역시 선거 열풍에 묻히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 지방정부 구성과 관련 유권자들이 너무 '편식'을 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일색의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 구성이 대구경북의 자체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정치인들이 유권자가 아니라 서울의 공천권자만 보고 정치를 하는 폐해로 연결되고 있다. 지역정치권에선 지역정치인들의 안일함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에선 10'26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지역정가의 술렁임에 대해 "지역민들로서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의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안일하지는 않았다"며 "이 정부 들어 대구경북이 주요 대형국책사업을 유치하고 지난 정부에서 보다 훨씬 더 많은 국고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성과에 대해서도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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