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깨어나라 방망이"…"이제 타자들이 보여줄 때"

입력 2011-10-28 09:26:43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처지가 1년 만에 정반대가 됐다. 마치 유니폼을 바꿔 입은 것 같다.

1년 전 SK는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짓고, 느긋하게 파트너를 기다렸다. 그러나 2위 삼성은 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두산과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플레이오프(PO) 혈투를 벌였다. 삼성은 PO서 유례없는 5차례 1점차 경기를 펼치며 간신히 인천 한국시리즈행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삼성의 체력으로는 SK를 넘을 수 없었다. 결과는 4전4패. 삼성의 참패로 끝났다.

올해는 상황이 거꾸로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18일간의 충전 시간을 가지며 상대를 기다렸다. 준PO와 PO를 거쳐 올라온 상대는 SK. SK는 지난해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PO에서 롯데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느라 에너지 소모가 컸다. 삼성은 상대를 철저히 분석했고, 그라운드서 이를 실행했다.

1년 전 안방에서 SK가 쏘아 올린 축포를 봐야 했던 삼성은 1년 뒤 똑같은 장소서 이번엔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삼성은 1년 전 SK가 그랬던 것처럼 지친 SK를 힘으로 누르며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선수들이 지쳤다. 안타깝다. 휴식이 필요하지만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다. SK에 남은 건 정신력뿐이다"며 선수들에게 마지막 투혼을 강조했다.

삼성은 이왕이면 지난해 당했던 수모를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다. 여전히 마운드는 힘이 넘친다. 3차전에는 선발투수 저마노를 비롯해 윤성환, 배영수, 정인욱 등이 출격 대기 중이다. 1'2차전처럼 마운드의 힘으로 삼성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타자들이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삼성은 정규시즌 SK를 19번 만나 10승1무8패로 우위를 보였지만 타자들은 잘 치지 못했다. 삼성 타자들은 SK에 타율 0.234에 홈런은 10개에 그쳤다. SK전 팀 타율은 시즌 팀 통산 타율(0.259)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SK는 삼성을 상대로 17홈런에 타율 0.262(팀 평균 타율 0.263)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의 방망이는 신통찮다. 삼성 타자들은 1'2차전서 58타수 11안타(타율 0.190)의 빈타에 허덕이며 총 4점을 뽑는 데 그쳤다. 강봉규와 배영섭이 5타수2안타, 최형우가 6타수2안타로 그나마 제 몫을 했다. 테이블세터 김상수와 박한이는 6타수1안타, 7타수무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지 못했다. 최형우의 앞뒤에 배치된 박석민(6타수1안타)과 채태인(7타수1안타)은 기회를 만들지도, 기회를 살리지도 못했다.

극도의 체력을 소모한 SK 투수들이란 점을 감안할 때 삼성 타자들이 한국시리즈서 보여준 공격력은 낙제점과 다름없다. 찬스를 잡지 못하면서 벤치는 작전을 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정규리그 팀 도루 158개(1위)로 빠른 발을 자랑했던 삼성은 한국시리즈서 2개의 도루를 시도해 1개를 성공했을 뿐이다.

삼성이 이번에 '설욕 시리즈'를 완성하려면 투수들뿐만 아니라 타자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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