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이 큰 감동 주듯 기업경영도 하모니 이뤄야"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반인들이 출연한 합창(合唱)이 인기를 끌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들이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강석인(65) 언스트&영 한영회계법인 부회장이 합창의 매력에 푹 빠진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분당 아버지합창단'에서 테너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신용정보 사장 재직 때에는 사내 합창단을 창설하기도 했다.
"합창이 감동을 주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테너, 바리톤,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지요. 모두들 자기 실력만 뽐낸다면 울림을 줄 수 있겠습니까? 저는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한 번씩 성악가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는 그는 '보리밭'과 '기다림'을 즐겨 부른다고 귀띔했다.
국내 '빅 4' 회계법인으로 꼽히는 한영회계법인에서 5년째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1973년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해 재정경제원 대외경제총괄과장, 통계청 경제통계국장,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을 역임한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다. 1983년부터 2년간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IBRD)에서 근무하며 국제 감각을 익혔고, 공무원 재임 중 하버드대학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국민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공무원 시절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꼽은 것은 1996년 한국의 OECD 가입. 당시 재경원 대외경제총괄과장(부이사관)이었던 그는 OECD 가입 실무를 맡았다. "각국 대표들과 OECD 사무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영어로 즉문즉답을 할 때는 피가 마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맡고 있던 직접투자시장(FDI) 분과가 OECD 가입에 가장 걸림돌이었던 터라 국내에서 아주 관심이 많았거든요. 가입이 확정된 후 '큰일 했다'는 격려를 많이 받기는 했지만요." 그는 이 같은 공로로 '올해의 공무원'에 뽑혀 통상 차관급 공직자에게 주는 황조근정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일단 목표를 세우면 치밀하면서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후배들에게도 "욕먹는 것은 신경 쓰지 마라. 잡음을 우려해선 아무 일도 안 된다. 소신껏 일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통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가 재정경제부 관리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01년 산업은행 감사로 취임할 때의 일이다. 주변에서는 걱정의 눈길도 보냈지만 그는 "1년 뒤에는 다른 임원들보다 훨씬 직원들과 친해져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고 실제로 이듬해 물러날 때에는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이임식까지 열어줬다. 그가 28년간의 공직에 이어 다양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 수습 교육을 받을 때 봤던 글귀 하나가 평생 저의 좌우명이 됐습니다. '내 인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었죠. 공직은 물론 민간 부문으로 옮겨서도 같은 마음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시에 합격하던 날 박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고향집을 방문하는 꿈을 꾼 인연도 있지요. 허허허."
안동 북후면 물한리 출신인 그는 안동사범병설중 3학년 때 상경, 숭문중'숭문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안동이 지역구인 김광림 국회의원이 중학교 1년 후배이자 고시 동기이고, 1970년대에 감사원장을 지낸 고(故) 신두영 씨가 장인이다.
"며칠 전에도 친구 문상을 위해 안동을 다녀왔습니다만 고향은 저의 정서와 인격 형성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가 음악이나 그림에 관심이 많은 것도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동호회 전시전에 출품할 정도로 서양화에도 일가견이 있다. 또 '외자 도입과 한국의 경제 발전', 기행수필집인 '만리장성에서 아우슈비츠까지'를 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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