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결과 따라 與野 후폭풍 '초긴장'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박근혜'안철수 가운데 누구든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오고 가는 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 등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가장 촉망받는 제18대 대통령선거 예상 후보자들이 지원유세에 나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던 만큼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결과에 따른 책임공방이 예상된다. 지도부가 첫 번째 공격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일부에선 홍준표 대표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를 막지 못했고 보궐선거에서도 질 경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홍 대표 측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홍 대표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사퇴 만류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수준까지 했었고 당초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박빙의 승부로 이끈 당 대표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작심한 손학규 대표의 사퇴가 이미 예정돼 있기 때문에 선거 패배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결과에 따라 여야 대권주자들이 받을 타격도 적지 않다. 먼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내려놓아야 할 뿐 아니라 유력 대권후보로서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친박계 한 인사는 "선거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내곡동 사저 사건과 대통령 측근 비리 그리고 경기침체 등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만만치 않았다"며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여권에선 박 전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반(反)친박계를 중심으로 '대타(代打)'론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패배할 경우 향후 대선 행보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는 확인했지만 국민들의 의지가 '표'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4월 부산'경남지역에서 치러질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선전을 위해서는 이번 부산 동구청장 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이사장 역시 이번 동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대선 출마 관련 자신의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도 이 경우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패배할 경우 대선을 향한 계획을 접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제1야당 대표로서 수도 서울의 시장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존심 죽이고 도운 야권단일후보마저 본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일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가 승리해야만 다음 포석을 고민할 수 있는 입장이다.

한편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에 따라 여야를 불문하고 신당 창당 등 한국정치 지형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대선 경쟁력에 의구심을 품은 이들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으며 야권에서도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는 신당 출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