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헌예찬' 오페라 사상 최초 4년 연속 개작 공연

입력 2011-10-26 07:21:15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으로 지난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한 창작 오페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으로 지난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한 창작 오페라 '고헌예찬'.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으로 지난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한 '고헌예찬'은 창작 오페라로 2008년 초연 이래 한국 오페라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수정, 개작하며 연속 공연한 작품이다. 예산과 작품의 완성도 문제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창작 오페라의 재공연은 매우 드물다.

지난해까지는 주인공 박상진 의사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는 박 의사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지난해까지의 무대가 사실적이었다면 올해는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연출해 관객이 참여할 부분(상상력)을 넓혔다는 평가다.

개인의 일대기를 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특히 게이샤 아끼꼬의 등장으로 박상진 의사의 품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냈고, 오적을 처단하는 장면과 세금 마차를 탈취하는 장면은 빠르게 전환되면서 관객들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등장 인물의 인물됨과 심리를 보여줄 수 있는 아리아가 많았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하늘이시여'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는 박상진 의사의 인물됨을, 게이샤 아끼꼬의 '아, 그대는 외로운 꽃'은 아끼꼬의 처지와 심리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올해 공연은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있다. 공연을 관람한 한 작곡가는 "현대 화성 위주로 작곡이 되다 보니, 우리 고유의 선율 및 화성이 결여돼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는 대표 문화 브랜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속적이고 대중적 선율과 화성기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관람객들은 "오페라는 대체로 극적이고도 단순한 이야기 속에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동을 전한다. '고헌예찬'은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보여 주려고 했기 때문에 흡인력이 떨어진다"며 "간결하면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힘을 더해야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미 작곡과 대본에 관한 저작권이 있어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작품의 수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저작권'이라는 틀 때문에 어렵다는 말이었다.

대구의 한 오페라 제작자는 "최근 대구에도 작곡가와 대본가의 반대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창작 오페라가 2편 있었다"며 "수정 과정을 거쳐서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음에도 작곡가와 대본가가 반대하는 바람에 작품이 묻히는 현실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작품들은 수없이 많은 개작을 거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 관계자도 "작곡가와 대본가가 작품 수정을 꺼리는 경향 때문에 2009년 대구시의 창작 오페라 지원 때는 작품 수정에 작곡가와 대본가가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더 나은 작품을 위해서 한발 물러서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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