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행복편지] 변신!

입력 2011-10-25 11:11:59

숙취로 인해 어지러운 머리를 안고 아침에 깨어나면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혹시 내가 곤충이라도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문 속에서 지내는 시절이 있었다. 특히 도시에 나와서 지낼 때는 더욱 그렇다. 자기가 운신하고 있는 곳에 방이 하나 있고, 정기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좋다. 어디에 있냐고?

비밀이다. 화실 생활은 조금 딱딱하리만치 뒹굴뒹굴하거나 계속 잠자기에는 불편하다.

화실에 방을 두는 작가도 있지만, 간이침대를 두기에 일어나서 방처럼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일어나면 공중목욕탕을 이용하고 하루의 일과가 느리게 시작하는 이유도 이런저런 준비과정도 그렇고 자유직이란 개인 마음먹기에 달려있기에 더욱 간섭받지 않으니, 자기식대로 스케줄을 잡아 행동하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방이 하나 생겨 최소한의 공간을 유지하며 생활한다는 사실은 방세 부담을 제외하면 활동 자체에는 여유를 준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재미도 느끼며 갈 곳과 쉴 곳, 일하는 곳과 휴식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은 행운에 속한다.

최근 내가 하는 일이란 우선 4주마다 신문사 글을 한 편 적고, 이번 달 초에 끝난 영재교육원 학생들을 3개월간 가르친 것이다. 멋진 제자들은 나와 감성이 통해 수업을 재밌게 할 수 있었고, 각자가 나름대로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림을 통해 그들의 개성을 보는 게 행복했다.

다음은 예술대학 강의인데, 졸업반 수업이라 그들과 이야기하며 전체적인 조언을 해주는 1주일에 한 번 수업이라 큰 부담이 없다. 현대미술단체를 이끌어가야 하고 작업도 해야 하는 게 제일 고민거리인데 시작한 지 제법 시간이 흘러 적응을 어느 정도 하고 있으면 작업문제는 한방에 되는 일이 아니라 고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휴식공간과 일할 공간이 생긴 것은 행운이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기도 한다.

정신이 맑은 아침이다. 카카오톡을 열면 '유리'라는 예명을 가진 여성분이 "좋은 아침이어요. 며칠 전에 친구한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를 받았어요. 가사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어 듣고 있어요. 이 노래처럼 멋진 주말을 보내세요"라고 하면서 노래를 보내왔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듣는다.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듣는 노래로 아침을 연다. 그리고 답장을 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잘 들었습니다. 그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10월의 나날이 아름답기를 빕니다"라고 말이다.

페이스북에는 독일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급해주는 친구가 있고, 미국에 있는 피아니스트 후배와 메시지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런던에 있는 후배의 동향을 가끔 전해 듣는다.

현재 도시생활의 일상은 예전보다 다르다. 두어 달 전인가? 머리가 뱅 돌아서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원인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자가진단끝에 여러 가지 이유를 달자면 세반고리관의 이상, 영양실조, 페이스북 중독, 노년증상, 폭음… 등 이런 것을 들 수 있으나 아무튼 한 달 이상을 균형 깨진 생활을 하다가 이제야 좀 맑은 정신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 보면 도시생활의 적응을 위한 훈련으로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지하철을 타고 공중목욕탕으로 간다. 지친 몸의 피곤을 풀고 하루의 계획을 짜기도 하고 작업 구상을 하기도 한다. 목욕탕 찬물에 잠수를 시도하기도 하고, 폭포수 아래에서 어깨와 머리를 자극하고 목욕을 마치면 영화를 한편 볼까 생각을 해보고, 근처의 전통시장으로 가서 보리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도 한다.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비오는 날 부침개와 막걸리는 이 시장의 명물이기도 하다. 2009년도에 프로젝트 작업을 한 이후로 친구들이 생겼는데 한 친구가 최근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어서 방천시장을 다시 찾게 된다. 정이 든 곳이지만 여기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몸풀기부터 오만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작업은 천천히 하면서 자신의 순발력을 믿어본다.

약간의 시간을 허비한 후 근처의 술집에선 애술과 함께 대화가 시작된다. 헛소리가 시작되고 예술의 향기가 어떻고 노래를 한 곡조 뽑기도 하며 이러한 일상들이 예전 같으면 객기 혹은 오기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고 도시생활에 적응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으로 새로운 아침이 다시 시작되길 바라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것이 최근 내 변신의 시작이다.

변신!

정태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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