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의 시와 함께] 어머니를 울리다(맹문재)

입력 2011-10-24 07: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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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 댁에 왔다가 시골로 가시려는 어머니를 붙들었지만 상 한번 차리지 못했다

백년 만에 처음이라고 텔레비전이 떠들어대듯 눈이 너무 오기도 했지만 직장 일을 핑계로 밤늦게 들어오느라고 외식 한번 못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씻지 않는다고 공부를 안 한다고 아이들 야단치는 일은 빠트리지 않았다

씀씀이가 헤프다고 아내를 탓하는 버릇도 숨기지 않았다

뛰는 집값이며 판자촌을 헐어버린 재개발 업자며 노동자를 패는 경찰들을 야유하느라고 집안을 긴장시켰다

어머니가 얼른 내려가고 싶다고 할 때마다 빨리 가면 동네 사람들이 아들 흉본다고 붙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설쳐댔다

하루 종일 양계장의 닭처럼 갇혀 있던 어머니가 새우잠을 자는 밤 어디선가 청개구리 울음이 들렸다

이렇게 자식들은 늘 치사하답니다. 피해가려 하고 핑계대려 하고 올 때 마음과 갈 때 마음 다르니 그거 어머님인들 모르셨을까요? 그러나 또 한편 그래요. 요즘 젊은이들 살아가는 일 만만치 않아서, 세상이 너무 빠르게 진화해서,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일 부지기수여서, 제 앞의 생만으로도 나날이 벅찼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인의예지가 아니던걸요. 끊임없는 변화에 대처하는 술수와 변신, 권력자의 이익에 우선 기여하는 일이던걸요. 초고속의 지문들, 복잡한 관계들 다 생각하다 슬그머니 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때 여러 번이지만 어머니, 당신이 마지막 보루인 거 아시죠? 당신 때문에 다시 다잡는 순간순간인 거 아시죠? 차암, 이렇게 마지막까지 치사한 것도 다 아시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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