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평생학습에 길을 묻다] ⑤공부는 애들이나 한다고?-성인학습전쟁

입력 2011-10-22 08:00:00

공부는 젊어서? 안 배울거면 연금 탈 생각도 하지마

영국 동쪽 이스트잉글리아 지방 노퍽주의 주도 노르위치 제일 번화가에 위치한
영국 동쪽 이스트잉글리아 지방 노퍽주의 주도 노르위치 제일 번화가에 위치한 '더포럼'은 성인학습을 위한 런다이렉트, 직장인 평생학습상담 전문 민트, 밀레니엄 도서관, 평생학습을 담당하는 BBC 등이 들어서 있다.

입시철이면 우리나라 언론은 지방'수도권 할 것 없이 어느 대학 어떤 과를 수능 몇점이면 갈 수 있는지 합격 잣대를 싣는다. 입시 막바지에는 고교별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 몇 명이나 넣었는지 집계까지 낸다. 학교는 학교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학생이나 자녀 학력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유복한 환경에서 경제활동이나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살림만 하는 고학력 전업주부들은 대부분 자녀교육에 몰입한다. 그래서 요즘은 개천이 아닌 고급 아파트에서 용이 나는 세월이다. 신분제 사회가 무너지고, 학벌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확보하는 변수가 되면서 자녀를 최고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온 식구가 매달린다.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체력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짓는 4요소라는 말까지 나오는 국내 교육 현실과는 달리 외국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교육이 학교 영역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인재개발론에 바탕을 둔 노동기술력 향상으로 전이되고 있다. 예산은 5.6%에서 10%로 대폭 늘리고, 효율성 없는 평생학습체계는 과감하게 도태시켜버린다. 그래서 세계 최초의 학습상점으로 각국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던 노르위치 학습상점(Learning shop)도, 콜위치 학습상점도 폐쇄되었다.

◆영국은 이미 인재개발에 치중

교육개혁으로 세계화의 도전에 대처하겠다는 지표를 세운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교육기술부를 2개의 부, 즉 '아동학교가족부'와 '혁신대학기술부'로 분리했다. 학교영역을 담당하는 아동학교가족부에 아동복지와 가족복지를 포함시켰고, 고등교육을 포함한 혁신대학기술부에 상공부 영역이 들어와서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업을 적극 참여시키고, 산-학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2개의 부처 전부 교육(Education)이라는 용어를 버렸다. 인재개발 중심의 평생학습, 기술 향상을 위한 스킬 등을 배우지 않으면 연금도 지불하지 않을 태세다. 학습하지 않으면 연금도 주지 않는, 성인학습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일도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는 110만 명에 이르는 니트족(Not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에게 지급하던 평균 2억~6억원의 연금은 직업훈련기관 등을 통해서 배우고 공부해야만 지급된다. 성인학습을 지원할 영국 학습기술협의회(LSC)는 연간 22조원을 생애를 위한 기술(Skills for Life) 등 평생학습에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평생학습에 투입되는 총 예산이 1조2천980억2천300만원(교육예산의 3.1%, 인적자원정책기반 국제교육협력 포함)으로 영국의 약 17%선에 그치고 있다.

◆성인학습으로 국가경쟁력 확보전

핀란드는 조이오브러닝(The Joy of Learning) 일본은 생애학습방책, 싱가포르는 맨파워21(Manpower 21) 등 성인평생학습을 통해 국가생존에 필수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전략을 쓰고 있다. 정부가 평생학습을 주도하는 평생학습학교 ITE를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키워서 세계적인 고급 인력으로 재탄생시킨다. 경제사정이 나빠져도 9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하는 것도 이런 평생학습의 덕분이다.

영국의 성인학습전략은 시민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평생학습시스템 런다이렉트로 대변된다. 이번 영국 취재에서는 잉글랜드(영국 본토)와 웨일즈 전역에서 왕성하게 가동되고 있는 런다이렉트(Learndirect) 학습센터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런다이렉트 학습센터에는 기술력을 높이고, 경영능력을 높이려는 성인학습자, 기업경영자들로 넘쳐났다. 이스트잉글리아 지방에 위치한 노퍽주의 주도 노르위치시의 런다이렉트는 노르위치 시청을 옆에 끼고 가장 번화가의 최고 요충지에 첨단빌딩으로 들어선 '더포럼' 2층에 있다. 각종 IT시설을 갖춘 노르위치 런다이렉트 학습센터는 매시간 학습자들로 넘쳐난다. 문해 수리 기초기술 IT기술을 듣고 국가자격증을 따려는 성인학습자를 위한 과정(런다이렉트 기술과 자격과정)과 경영자를 위한 런다이렉트 비즈니스 코스가 제공되고 있다.

◆도심 요충지에 런다이렉트 평생학습센터

저소득층 성인학습자에게는 개인교육계좌제를 통해 영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준다. 이 교육을 받고도 월급을 규정 이하로 받으면 정부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2007년 한 해 동안 성인학습자 250만 명이 620종이나 개설된 런다이렉트의 강좌를 650만 회나 수강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하도록 회사 내 도서관, 쇼핑센터, 축구클럽, 도심빌딩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런다이렉트가 위치해 성인학습자들의 편의를 돕는다.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도록 구 도심 번화가에 있던 부천시 시설관리공단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곳을 시민학습원(원장 홍숙희)으로 변경했다. 성인학습자들의 편의성을 담보해주고, 더 많은 성인들이 평생학습에 매진하여 함량 높은 시민, 미래지향적인 부천시민을 양성하려는 뜻을 실천한 것이다.

권두승 마포구평생학습관장(명지전문대 교수) "우리나라 교육은 자동차로 따지자면 전륜구동형이다. 사륜구동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 100세 시대, 삶의 사계(四季)에 맞춘 성인학습 시스템을 지자체는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삶과 배움이 소통하는 행복한 평생학습사회로 지역경쟁력, 국가경쟁력을 갖추어가려면 현재 교육예산(2011년)의 97%를 학령기에만 투자하던 정책을 바꿔서 전국 2천701만6천42명(2010년, KEDI 자료)이나 되는 성인학습자에게도 본격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최미화 뉴미디어국장 magohalm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