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외교부 직원 미국인인가"-김종훈 "도움줘 감사"

입력 2011-10-21 11:05:07

외통위 한미FTA 끝장토론…정치인-행정관료 기싸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을 둘러싸고 '관료'와 '정치인'이 심상치 않은 기 싸움을 벌였다.

주인공은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상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진행된 두 사람 사이의 설전은 정동영 의원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정부에 있으면서 느낀 외교부의 치명적인 약점은 매사를 워싱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외교관들의 미국 중심 사고가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우리의 요구를 명확하게 관철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앞서 이달 13일에는 김 본부장을 이완용에 비유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정면대응 대신 반어법을 선택했다. 김 본부장은 "정 의원이 정부에 계실 때 제가 협상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받아쳤다. 한'미 FTA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위원을 지낸 정 의원의 이력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김 본부장의 재치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까지 김 본부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정동영 의원이) 문제의 실체를 가지고 말씀해야지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며 "조직 자체를 매도하면 토론의 성실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관계자 역시 "외교통상부 직원 전체에 대한 정 의원의 폄하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 김 본부장이 재치를 발휘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관련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제가 이완용이라면 한미 FTA를 지지하거나, 제가 하는 일에 찬성을 표하는 많은 국민이 똑같은 이완용이거나, 이완용 지지자가 될 것이나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정 의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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