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조종사가 언론 언터뷰에서 '가정 파탄 직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신기한 생각에 인터넷에 올릴 때만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며 가족을 버리고 북한에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독재국가인지 인권 탄압을 하는지 직접 살아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북한의 소행 여부를 두고 설전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헌법재판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믿기는 하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는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은 일부 사람들의 비슷한 말들도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래도 직접 살아보지 않아 알 수 없고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는 애매한 말은 이어졌다.
한국자유연합 김성욱 대표는 그의 책 '북한을 선점하라' 서문에서 한반도의 진정한 적은 독재자 김정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기심이라고 썼다. 한반도의 불안과 북한 주민들의 비극은 '선악에 대한 분별이 옅어지고 정의가 결핍된 평화의 논리에 빠진 결과'라고 했다. 북한의 동포가 죽건 살건 상관없다는 이기심과 독재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평화가 온다는 위선적 평화론에 속은 결과라는 것이다. 남한 일부에서 천문학적 돈과 물자를 헌납, 북한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해 주면서도 인도적 운운하는 것은 놀라운 일라고도 했다.
사람의 앎은 직접 보고 경험한 것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앞선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알게 되는 게 더 많다. 하룻밤 사이 세상이 달라지고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 또한 그리 크지 않은 지금 시대에 직접 봐야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말장난일 뿐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담을 낮춰 자유롭게 넘나들게 해야 한다는 최재천 교수는 어느 강연에서 앞으로의 시대는 직업을 5, 6번 바꾸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을 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1세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려면 독서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한다. 모르는 분야라도 한두 권 책을 읽은 사람은 새로운 일에 덤벼들지만 읽지 않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간접경험은 믿고 아는 것을 넘어 생존의 필수라는 말로 들린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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