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E=MC²?

입력 2011-10-21 07:12:36

작업을 끝내고 고단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별빛이 지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고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을 꿈꾸던 어릴 때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막막한 세상에서 살아가며 별에 관한 이야기는 점점 뜸해지지만 가끔씩 바라보는 팔공산의 청량한 별빛은 지친 심신에 좋은 위안이 된다. 몇 백 광년으로부터 나에게 달려온 저 별은 지금도 존재할까? 아니면 영롱하고 가냘픈 빛만을 남긴 채 내가 바라보는 이 순간 이미 소멸되어 우주 속의 한 줌 먼지로 흩어져 버렸을까?

얼마 전 빛보다 빠른 물질이 발견되어 세계 과학계가 경악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한 스위스의 연구소(CERN)에서 거대한 가속기를 만들어 두 개의 입자를 충돌시킨 결과 빛보다 빠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자체 실험결과를 밝히는 것이어서 여러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쳐야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100여 년 동안 깨지지 않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E=MC²)이 잘못된 가설이 되는 것이다. 이는 타임머신을 타고 빛의 속도보다 빨리 달려 미래로 갈 수도 있다는 이론도 나올 수 있는 것이어서 어릴적 꿈이 다시 생각나게 한다.

이 같은 과학적 주제들이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 예술은 극단적으로 대치한다고 생각해 왔다. 왜냐하면 과학과 예술은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의 서로 다른 측면을 가리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은 분석적이며 이성적이고 판단과 사실에 근거하는 경향이 있으나, 예술은 감성적이고 상상력에 기초하며 위트와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과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는 과학자로 여겼고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원근법과 해부학 등의 과학을 적극적으로 응용하였다. 근대로 오면서 광학기술과 사진기의 발명으로 빛의 움직임과 순간을 표현하였고 현대에는 상대성 이론과 정신분석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도 예술로서 승화시켰다. 이처럼 각 시대의 예술가들은 감성과 이성의 결합, 과학적 시각화, 세상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로 동시대의 고민과 문화를 과학적 원리를 통해 적극적으로 현실화시켜 온 것이다.

지금의 과학과 예술은 과거의 모방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가지고 있다. 아무쪼록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도 같이 발전하여 온 인류가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같이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도 이제 'E=MC²?'라는 재밌는 화두도 준비했고 작업하기 좋은 계절이니 기고 글을 준비하며 그간 미루어 두었던 작품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정세용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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