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사이버머니 선불카드 판단다"

입력 2011-10-20 10:33:17

초교 문구점 버젓이 판매 사행성 조장…탈선 유혹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선불카드가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왼쪽 위는 선불카드.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선불카드가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왼쪽 위는 선불카드.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9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을 찾은 초등학생 3명이 사이버머니 선불카드인 '틴캐시'를 찾았다. "5천원짜리 틴캐시 주세요." 학생들은 문구점 주인이 계산대 앞 상자에서 꺼낸 5천원짜리 틴캐시를 받아들고 근처 PC방으로 몰려갔다.

같은 날 오후 달서구 상인동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초등학생 5명이 문구점 주인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틴캐시'를 달라"는 학생들의 성화에 문구점 주인이 "다 팔리고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오늘은 PC방에 못 가겠다"며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에서 신분 인증이 필요없는 사이버머니 선불카드를 판매해 초등학생들의 게임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 '틴캐시'라는 이름의 이 선불카드는 사이버머니 충전 시 휴대전화 등을 통한 신분 인증이 필요 없고 학교 앞 문구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 휴대전화 소액결제는 제약이 많고 부모가 눈치 채기 쉽지만 선불카드는 구입만 하면 금액에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것.

'틴캐시'는 액면가만큼 인터넷 게임상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다. 공중전화카드와 비슷한 모양으로 게임사이트의 결제창에 시리얼넘버를 입력하면 사이버머니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3천원, 5천원, 1만원 등 3종류가 있는데 온라인게임상에서 아이템을 구입하는 등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다 폭력성이 강한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회사원 신모(40'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선불카드를 사기 위해 지갑에서 10만원이나 훔쳐갔다"며 "분별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불카드를 파는 것은 아이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하지만 선불카드 판매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은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작정 판매를 막을 순 없는 상황"이라며 "가정에서 카드 구입을 자제시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상행위, 특히 온라인 게임 상술은 적절히 규제해야 하고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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