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가득 동글동글한 사과…"굳었던 마음도 동그랗게 바뀌죠"
"빨갛게 익은 사과를 그리다 보니 경찰관 직무를 보면서 굳었던 마음까지 둥글둥글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대구 북부경찰서 교통계 이태호(55) 경위는 전국 경찰관들에게'사과 그리는 경찰'로 소문나 있다.
그는 화가가 되고 싶은 어릴 적 꿈을 잊지 못해 40여 년 만에 다시 붓을 잡아 사과 그림으로 전국 경찰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찰청 주관으로 최근 시행된 제12회 경찰문화대전에서 서양화 부문 최우수상인 금상을 수상한 것. 그는 작년에도 경찰청 주관 경찰문화대전에서 서양화 부문 특선, 대구경찰청 주관 제1회 경찰문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사과 그림은 30호짜리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한 폭의 그림 안에 들어가는 사과만도 120개가 넘지요. 사과를 하나하나 붓으로 그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죠. 그래서 그림 한점을 완성하는 데 두 달정도 걸립니다."
그의 화풍은 수많은 사과를 쌓아 놓은 형태다. 화폭 안에는 제각기 사과가 실제 사과처럼 도드라지게 보여 한입 베어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사과 그림은 빛의 방향에 따라 안쪽, 중간, 바깥쪽 사과의 밝고 어둠의 농도 터치가 잘돼 있다. 그는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는데'퍼짐'기법으로 농도를 맞추고 있다.
"우리 집 벽에는 온통 사과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사과부터 먼저 보게 되죠. 사과만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가장 편안해져요."
대구 동구 평광동 사과마을은 그가 그리는 사과 그림의 원천이다. 사과가 익기 시작하는 8월부터 10월까지 휴일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사과마을로 향한다. 자연 속의 사과를 찍어 수채화로 화폭에 옮겨 담기 위해서다.
"요즘 평광동 사과마을은 온통 사과빛으로 물들어 정말 환상적이에요. 빛깔 좋게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를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사과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녀요. 그리고 주인한테 사과를 한 박스 사서 쌓아 놓고 빛의 방향에 따라 사진 촬영을 합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하지만 마음은 늘 그림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했지만 바쁜 경찰생활로 붓을 다시 잡기는 쉽지 않았다.
"사과 그림은 지난 2001년 산악회를 조직한 게 계기가 됐죠. 회원 중에 우연히 현재의 스승인 이혜인 서양화가를 만나 스승으로부터 3년 정도 그림수업을 받고 있는데 그림의 기본인 구(球)를 그리다 보니 사과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는 순수 사과 그림으로 첫 개인전을 열어보는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각 경찰서 복도에도 자신이 그린 사과 그림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이다. 갤러리 같은 경찰서로 민원인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란다.
1980년 전남 완주에서 경찰에 몸담은 그는 이듬해 대구로 부임해 대구경찰청, 서부서, 북부서에서 30년간 교통기획 및 경무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올해 6월 어린이·노약자 교통안전 교육용 LED 미니신호등을 처음 도입해 전국 경찰관서에까지 전파시켰다. 또 대구경찰청 근무 땐 7년간 교통방송에 출연, 교통불편사항 상담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대구북부서에서만 '자랑스런 경찰관'에 두 차례 선정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40여 차례 표창장을 받았다.
충북 제천 출신인 그는 고1년 때부터 등산을 시작한 산 마니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가 오른 산은 3천여 개에 이른다. 보통 3년이 걸리는 백두대간 종주도 2년4개월 만에 마쳤다. 그는 현재 곽병원 부설 등산아카데미와 대구산악연맹 부설 등산학교에서'한국의 산하'과목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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