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경북체육] <하> '노쇠·비대·낙하산' 변화 역행…사무처 수술론

입력 2011-10-18 10:14:00

경상북도체육회 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 파견되는 체육 지도자들의 선서를 받고 있다.
경상북도체육회 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 파견되는 체육 지도자들의 선서를 받고 있다.

경상북도체육회는 회장인 김관용 도지사와 부회장 4명, 사무처장, 이사 38명, 감사 2명, 고문 2명 등 48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시 등 타 시'도와 비교하면 이사 등 임원이 너무 많다. 대구의 이사 수는 27명으로 경북보다 11명이나 적고 전체 임원 수도 38명으로 경북보다 10명 적다.

도체육회는 이사 등 임원 수를 줄이기 위해 고인이 된 이의근 도지사 때부터 이번 집행부까지 여러 가지 묘안을 짜냈으나 지역, 분야별 나눠먹기식으로 된 임원진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원진 일괄 사퇴, 임원 회비 납부 등의 획기적인 방안을 추진했으나 기존 이사들의 반발로 임원진 줄이기는 흐지부지됐다.

이 때문에 도체육회 임원진은 비대화, 노쇠화됐으며 체육 정책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체육회의 체육 정책은 세계화와 생활체육을 추구하는 기초자치단체와 도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래 청사진은 안중에도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1960, 70년대의 전국체전 성적 내기에 골몰, 체육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상당수 임원들이 장기 재임하면서 변화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처도 관행적으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면서 현실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도체육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는 최억만 상임부회장이다. 1984년 이사로 도체육회에 몸담은 최 상임부회장은 1989년 부회장, 1997년 상임부회장을 맡아 27년째 경북 체육을 이끌고 있다. 78세인 최 상임부회장은 나이를 이유로 오래전부터 사퇴할 뜻을 거듭 밝혔지만 체육회 수장인 전'현 도지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오랜 기간 도체육회를 이끈 최 상임부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 상임부회장은 체육회 운영비와 격려금 등으로 매년 수천만원을 지원하며 잡음 많은 도체육회를 잘 이끈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사퇴 의사를 수시로 밝히면서도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고, 체육 정책과 임원진 구성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바로잡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임원진 구성 때마다 권력에 줄서기를 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문제를 남겼다.

경북도의 한 국장급 간부는 "공무원을 시작할 때 체육회에 최억만 부회장이 있었는데, 올해 울진에서 열린 도민체전 때 그가 여전히 도체육회를 이끌고 있더라"며 "도체육회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체육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도체육회 사무처는 전문성 결여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사무처의 사령탑 격인 사무처장 자리에는 경북도의 퇴직 공무원이 낙하산 인사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부임하는 사무처장들이 임기 연장에 연연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인사권자의 치적을 쌓고 도의회 의원들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로 전국체전 성적 올리기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도체육회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도민체전 개선방안 마련 등 회의를 수시로 하지만, 달라진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무처 직원들도 대다수가 임원들의 추천으로 들어온 이들이어서 도 체육 발전을 위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채로 들어온 일부 직원들이 경북체육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사무처의 인사 적체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수년 전 원칙 없는 승진 인사가 단행되면서 직원 간의 알력도 심각해진 상태다. 한 직원은 승진 문제로 병을 얻어 현재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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