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거짓말 못하는 류 감독 올해는 정정당당 승부 기대

입력 2011-10-18 09: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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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正道)에 따라 일하기 어려운 세상이긴 하지만 때로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의 멍에로 남는 경우는 많다.

류중일 감독이 입단한 1987년의 삼성 라이온즈는 꽃이 만발한 꽃밭 같았다.

장효조는 타율, 김성래는 홈런, 이만수는 타점 부문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너무나 만발해서 전대미문의 팀타율 3할이란 화려한 정원도 만들어졌다.

류 감독까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던 1987년 가을, 삼성의 포스트시즌 정상 등극을 믿지 않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전'후기에서 1위에 올라 서둘러 한국시리즈를 대비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OB와 한국시리즈 동반 직행을 꺼려 3위로 처져있던 해태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 빌미가 되어 해태에 플레이오프에 오를 기회를 내주게 됐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해태에 영패를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약한 징크스를 다시 확인했고, 팀을 이끌었던 박영길 감독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1984년 삼성은 OB의 진출을 막기 위해 롯데에 진로를 터주면서 화근의 아픔을 뼈저리게 한 번 겪었던 터였다. 그로 인한 저주였을까?

다시 오른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잘 던지던 투수 진동한이 술 취한 관중이 던진 병에 머리를 맞는 불운이 따랐고 이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불운은 계속됐다.

모든 것이 정도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일어난 결과였다.

득실을 떠나 코칭스태프가 정정당당한 승부로 일관했다면 선수들의 자세도 달라졌을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가슴 아팠던 경험을 갖고 있다.

1977년 제20회 문교부장관기 전국중학교 야구대회 결승이었다.

때마침 대구의 두 중학교가 결승에 올라 공교롭게도 0대0으로 비기고 말았다. 이날 재경기가 벌어졌는데 만약 재경기에서도 비기면 공동 우승이 되는 규정이 있었다. 4대4 동점이 된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는데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면서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들어오지 않았고 이후 스퀴즈 번트 실패와 무성의한 타격으로 비기고 말았다.

주최 측은 양 팀이 공동우승을 노려 승부를 조작했다고 판단해 게임종료를 선언하지 않았고 결국 양 팀 다 몰수패가 되면서 우승이 물거품 되는 순간을 목격했던 것이다. 어렸지만 떳떳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류 감독은 거짓말을 못한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갛게 표시가 나기도 하지만 성격 자체가 시원시원하고 직선적이다. 시리즈 상대를 고르거나 일부러 만들어주는 신기록은 체질상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어느 팀이 올라오던 삼성으로선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들이다. 류 감독의 정정당당한 승부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하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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