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요즘 잠 편히 주무시는지요? 저는 며칠째 기침으로 고생하느라 새벽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달째 목 뒤도 뻣뻣하니 불편합니다. 많지도 않은 나이에 벌써 이러니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아! 뒷목 통증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그러고 보니 벌써 한 달도 훌쩍 지난 일입니다. 작은 접촉 사고가 있었습니다. 서행 중 뒤차가 제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순간 목과 허리가 휘청했지만 차가 괜찮았기 때문에 상대방 운전자 연락처만 받고 갈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틀 후부터였습니다. 목 뒤쪽과 어깨가 뻐근하게 결리다가 급기야 팔, 다리까지 저려서 의자에 앉아있을 수 없더군요. TV에서 운전자들이 사고 후 뒷목을 잡고 내리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직접 겪고 보니 통증이 만만찮았습니다. 워킹맘인 처지라 당장 병원에 달려갈 시간을 내기 힘들어 며칠을 미루고 미루다 근처 신경외과를 찾았더랬습니다.
의사에게 사고 이야기를 했더니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하고 접수번호를 받아오라고 하더군요. 교통사고 병원비는 자동차보험에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보험 접수 처리를 하고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병원에는 저처럼 접촉사고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가벼운 증상임에도 입원하는 환자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환자인 저보다 보험 청구가 주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부터였습니다. 물리치료에도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래저래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던 즈음, 지인이 추천하는 한의원으로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한의사와의 첫 만남은 좋았습니다. 통증의 1차적 원인이 평소 근력 관리를 하지 않은 데 있다고 지적해주니 신뢰가 갔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몸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문을 나서는데 약을 한 재 손에 들려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라보니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이니 그냥 먹어두라고 합니다.
받아 나오긴 했지만 찜찜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묻지도 않고 약을 주다니. 이 병원도 과잉 진료를 하는 건가. 상대방 운전자는 보험금 부담을 얼마나 하게 될까.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치료의 반은 마음에 달려 있는데 마음이 불편해지니 그 병원도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그때쯤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치료기간 교통비 등을 보상해주겠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치료기간이 더 길어지면 상대방 운전자의 보험금 부담 요율이 올라간다고도 했습니다. 그럭저럭 통증이 많이 가벼워졌고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보험금'으로 치료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도 컸기에 보험회사와 합의를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했더니 다들 합의금을 더 많이 받아냈어야 했다고 한마디씩 합니다. 시간을 더 끌면 보험회사 직원들도 웬만하면 원하는 보상금을 맞춰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제 판단과 선택이 옳았다고 봅니다. 저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낼 수 있는데 같은 경우를 당하면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엄마로서 사회적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행동이, 내가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가 내 아이들이 어디서 어떤 누군가와 인연을 맺을지, 그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제 삶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단, 이것은 제 증상이 경미했다는 것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는 합니다.
다시 보험금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많이들 보험금을 그렇게 활용하지만 결국 그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보험회사가 손해 볼 이유는 만무하니 보험금이 해마다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과잉진료에 있다고 합니다. 결국 내가 받은 보험금은 사회적 비용이 돼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제가 막연히 아이를 둔 부모의 태도 운운한 것과 같은 연결고리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저는 아직도 목이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야 완전히 나을 것 같습니다. 우선 덤벨 한 쌍을 구매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나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임언미/대구문화 편집장
※이번 주부터 본란을 통해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의 글을 4주에 한 번씩 싣습니다. 임 편집장은 삼남매를 자녀로 둔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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