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산 코발트광산 희생자 유족들의 소송

입력 2011-10-15 08:00:00

한국전쟁 당시 좌익으로 몰려 학살당한 경산 코발트광산 희생자와 대구경북 국민보도연맹원 유족들이 12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300여 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국가가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위자료 등 109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 자료를 제출했다. 진실 규명이 부분적으로 이뤄져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피해가 배상되지 않아 유족들이 나서게 된 것이다.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50년 7월부터 9월까지 대구형무소 재소자 수천 명과 경산 지역 보도연맹원 등 3천500여 명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처형된 사건이다. 1990년대 말 유족들의 문제 제기 이후 본지가 주도적으로 보도하며 공론화됐고 2009년 11월 유족회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신청, 진실이 규명됐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공권력에 의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침해당했다'며 126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산 코발트광산 사건처럼 한국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진행형이다.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청원 보도연맹원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앞서 울산보도연맹 사건의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공소시효가 소멸되었다는 2심 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경산 코발트광산 사건 소송의 담당 변호사는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고 하며 앞으로 다른 유사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의 범죄 행위에 대해 민사 소송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전시 중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죄 없는 국민들을 학살하고 뒤늦게 진실 규명에 나섰지만 배상 제도가 따로 없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희생자의 유족들은 오랫동안 진상 조사가 외면받으면서 숨죽이고 지내왔으며 연좌제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 등 말 못할 고초를 겪어왔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국제인권규범이 정한 대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국가 범죄에 의한 피해를 구제할 보'배상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완의 과제를 진척시키는 것이 문명국가로서 제대로 모습을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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