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능이버섯 한가득 '향기로운 가을'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두류공원 산자락에 위치해 온통 푸름에 둘러싸여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울려퍼지는 '쿵쿵 쿵더쿵'하는 예술단원들의 연습소리는 발걸음을 흥겹게 한다. 사방팔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공기가 청정하다. '이런 곳에 근무하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회관 박재환 관장과 직원들은 인근 능이버섯 식당이 단골이다. 단골집 가는 길은 숲 속 오솔길이다. 박 관장은 직원들에게 "내년에는 예술회관 주변 자투리땅에 옥수수를 심어보자"라고 제안한다.
음식의 맛은 두 가지 느낌이 있다. 입과 마음으로 느끼는 맛이다. 정취가 담긴 음식은 먼저 마음으로 느껴진다. 진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등 귀하신(?) 몸이다. 이상 기온으로 올해 야생버섯은 흉작이다. 귀하다고 하면 더욱 당기는 법. 대구문화예술회관 옆 오솔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자연의 맛집이 있다. '제1 능이버섯 생국수' 집이다.
박익진 예술지원과장은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집"이라고 소개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특유의 능이버섯 냄새가 진동한다. 벌써 능이 맛을 즐기려는 손님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리 예약해둔 터라 김학영(52) 대표가 반기며 곧바로 음식을 내온다. 금방 구워 바삭바삭한 장떡에다 갓 버무린 김치 등 밑반찬이 정갈하다. 김 대표는 능이버섯을 삶은 '능이 물'을 내놓는다. 능이버섯을 삶아낸 물이라 능이 향이 가득하다. 한 모금 마셨더니 이구동성으로 "속이 시원하다"고 말한다.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능이 무침'과 '능이 회'를 선보인다. 능이 회 한 점을 참기름 소금 장에 살짝 찍어 맛봤더니 쫄깃하고 입안에 감도는 능이 향이 일품이다. 송이버섯이 좋다 한들 능이버섯 만하랴? 음식 마니아인 박재환 관장은 "맛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옛말에 1 능이, 2 표고, 3 송이라고 했다"고 평가한다. 능이 무침은 참나물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오늘의 메뉴는 '능이 전골'이다. 주방에서 살짝 끓여 나와 불판 위에 얹자마자 상큼한 능이 향기가 퍼지며 보글보글 끓는다. 전골 냄비 속은 온통 버섯 잔치다. 능이버섯과 함께 새송이버섯, 양송이, 팽이버섯에다 다양한 채소가 가득하다. 능이 맛이 걸쭉하게 우러난 국물을 '후루룩~' 한 입 맛보는 순간, "아! 바로 이 맛이야!"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능이 향이 온몸에 퍼지는 듯한 느낌이 좋다.
최정숙 예술운영담당은 "능이 향이 밴 쑥 수제비 맛도 일품"이라며 "능이 특유의 향기에다 담백하고 속이 시원한 맛, 그리고 깔끔한 뒷맛이 최고"라고 말한다. 능이버섯을 이 집에서 처음 봤다는 구남근 단무장도 "능이 향기와 그 독특한 맛에 푹 빠졌다"고 말한다. 박익진 예술지원과장은 "무엇보다도 건강식인데다 숙취 해소에도 최고"라고 설명한다. 권오양 예술기획과장은 "귀한 능이를 듬뿍 넣고 끓인 능이 국수 맛도 일품"이라며 "국물이 진해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장칠호 총무담당은 "이처럼 부담 없는 가격에 귀한 능이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한다. 약선 산나물음식 전문가인 김 대표가 우연히 능이를 접한 후 능이 마니아가 됐다. 김 대표는 "능이는 독특한 향과 맛도 일품이지만 암 예방과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좋은 건강음식"이라며 "동의보감에도 기관지와 천식에 특효라고 했다"고 설명한다. 능이는 상주와 문경에서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것을 쓴다. 예술회관 직원들은 식사 후 "가을의 향취에다 몸에도 정말 좋은데,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말했다.
능이 생국수 5천원, 능이 전골(중) 3만원(3, 4인분), (대)4만원(4, 5인분), 능이 토종닭백숙 4만8천원, 능이 오리백숙 5만원이다. 안주류는 능이회 3만원, 능이무침 2만5천원, 능이전 1만원, 능이주 7천원이다. 능이 토종닭백숙과 오리백숙은 한 시간 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053)625-8050.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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