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두 바퀴 자전거
'두 바퀴의 진화가 무섭다'
네 바퀴(자동차) 만큼이나 두 바퀴(자전거)의 발전과 변화도 눈부시다. 네 바퀴의 최고급 제품 가격이 10억원 정도라면 두 바퀴의 명품 가격도 수천만원 정도는 된다. 각종 튜닝과 보험 등에서 다채로운 네 바퀴에 따라가기 위해 두 바퀴도 이제 시동을 걸었다.
네 바퀴보다 가격이나 성능, 기술 등에선 한발 뒤처져 있지만 두 바퀴만의 장점은 너무 인간적이다. 친환경적인데다 낭만이 깃들어 있다. 귀엽고 깨끗한 이미지의 탤런트 한효주가 연출하는 자전거 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드라마'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이 선보인 자전거는 연인들의 로망이 되는 것이다. 아빠'엄마'아들'딸이 함께하는 자전거 하이킹은 가수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런 풍경들은 네 바퀴는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런 두 바퀴만의 휴머니티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 두 바퀴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1천만원대의 자전거 절도, 고가의 자전거 부품 도난, 자전거 수리비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사고, 자전거로 인한 여러 소송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 진화하는 두 바퀴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귀하신 두 바퀴 때문에 이런 일이
대구의 1천200만원짜리 최고급 자전거 절도 사건으로 출발한다. 최근 북구의 한 자전거매장 앞에서 국산 최고급 자전거 1대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자전거 주인이 야간산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누군가가 경차 가격보다 비싼 자전거를 훔쳐간 것. 신고를 하자 이내 경찰이 출동했다. 귀한 자전거인 만큼 경찰도 알아서 즉시 나타나 현장 부근을 샅샅이 뒤져서 절도범을 검거했다. 범인은 '그렇게 비싼 자전거인지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뿐 아니다. 곳곳에서 자전거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의 한 회사원은 한 달 월급을 몽땅 털어서 구입한 고급 MTB(산악용자전거)를 도난당하자 망연자실해 아예 자전거 출근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가의 자전거 부품 도난사고도 빈번하다. 때문에 건물 밖에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두지 않고 직장 건물 내 계단, 창고 등에 자전거를 보관했다 퇴근 시 들고나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값비싼 외제 자전거와 충돌사고가 나면 수리비로 수백만원이 들어 보험사도 외면한다고 한다. 최근 동호회를 중심으로 자전거 마니아가 늘면서 초고가 자전거가 잘 팔리고 있다. 자영업자 최모 씨는 1천800만원짜리 외제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런데 보통 자전거로 출근하던 이모 씨가 들이받았다. 날아온 수리비 청구액은 500만원. 이 씨 자전거 값의 25배였다고 한다. 대물 보상이 가능한 자전거 보험의 보험료는 월 5만원 정도이다. 1년 보험료는 60만원인데 보급형 자전거 값이 20만원인 점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꼴이다. 고가의 외제 자전거가 늘어나면서 사고 보상액이 커져 보험사는 비싼 보험료를 받아도 손해율이 심한 경우 900%에 이를 정도로 적자라고 한탄한다. 그래서 보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아예 보험 판매를 중지하는 곳도 있다.
이런 법원 판결도 있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안장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자전거를 타다 부상(전치 10주 진단)을 당한 송모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자전거 수입업체가 송 씨에게 6천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송 씨는 5년 전 45만원을 주고 산 수입 자전거를 타다 안장 고정핀이 빠지면서 넘어져 다쳐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세상에나, ★의★ 자전거
까무라친다. '자전거가 이런 이미지가 아닌데'. 백화점에도 럭셔리 자전거가 떡 하니, 고객들의 기를 죽이는 경우도 있다. 현대백화점만 해도 상시적이지 않지만 1천만원대의 '페라리 '자전거를 매장에서 전시판매하기도 했다. 동아백화점 역시 '앙드레 김' 자전거 등을 판매하는 임시매장이 있었다.
바이크앤드사는 나무로 프레임(본체)을 만들고 펑크가 나지 않는 특수타이어 기술을 적용한 3천200만원짜리 자전거를 출시했으며, 일본 소니사는 주행정보와 운동량까지 알려주는 자전거 네비게이션을 내놓았다. 성원솔루션은 이어폰을 꽂는 것보다 음향효과가 좋은 자전거용 스피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판 럭셔리 자전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초고가 해외 브랜드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삼천리자전거에서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손잡고 내놓은'앙드레 김' 자전거나 현대자동차와 합작한 '쏘나타', 기아자동차의'소울'등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면 된다.
'아메리칸 이글' 브랜드로 유명한 자전거 제조사인 에이모션은 올해 들어 자전거 신모델 28종을 출시했다. 홍보대사로 임명된 '제빵왕 김탁구'의 스타 탤런트 윤시윤이 신제품 발표회에 직접 참여해 가격대를 확 낮춘 자전거 신제품(수십만원대)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자전거박람회-2010'(World Bike Show 2010)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는데, 국내외 100여 개 업체(440개 부스)가 참가해 최고급 자전거, 자전거 네비게이션, 자전거 스피커, 특수도난 방지장치 등의 신제품과 용품들을 선보였다.
◆자출족(자전거 출근족) 가족
'자출족',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자출족' 사이트는 이미 전국적이다. 대구경북지부만 따로 구성될 정도다. 기름값과 건강, 환경 등을 고려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삼성그룹에는 아예 자출족 8인방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카드 권경철 과장, 삼성물산 김현재 주임, 삼성테크윈 김형국 선임, 삼성테크윈 안명석 과장, 제일모직 정종렬 사원, 삼성SDS 여수민 수석, 삼성SDS 박지홍 대리, 삼성중공업 하창용 차장 등이 스마트폰 어플로 측정한 칼로리 소모 등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자전거 출근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대구 역시 기업뿐 아니라 관공서에 자출족들이 늘어나 이들만의 정보공유 모임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자전거 가족도 많다. 4명의 식구 모두 자전거족인 대구의 도상필(47'대구시 동구 신천동) 씨 가족은 일상이 자전거를 통해 이뤄진다. 가족 모임, 취미 등이 자전거와 함께 하기 때문. 이 가족은 "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이용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주차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등 장점이 휠씬 많다"고 찬양론을 펼쳤다. 또 주말이면 가족들은 자전거를 타고 팔공산이나 달성군 가창 등 먼곳까지 하이킹을 떠나기도 한다.
딸과 아들은 "가족이 함께 하이킹을 나가 릴레이 자전거 시합을 하면 너무 신난다"며 "어머니와 제가 한팀이 되고 아버지와 남동생이 팀이 되어 레이스를 펼친다"고 좋아했다.
이 가족의 자전거 4대 값은 거의 자동차 값에 육박하는 1천200만원대. 아버지와 어머니 자전거는 MTB로 각각 500만원에 이르며 딸과 아들의 자전거도 100만원대에 이른다.
도 씨는 "이웃이나 친구들 중에도 우리 가족의 영향으로 자전거 가족이 된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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