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도시 전국 콘서트 구미출신 인디밴드 '십센치'

입력 2011-10-08 07:23:46

1년 6개월 돈통 놓고 거리 공연…"그때도 지금처럼 뜰 줄 알았죠"

앨범 재킷 사진 촬영처럼 나름
앨범 재킷 사진 촬영처럼 나름 '십센치'만의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윤철종과 권정열(오른쪽).
인터뷰 도중 티격태격 찰떡궁합의 묘미를 보여준
인터뷰 도중 티격태격 찰떡궁합의 묘미를 보여준 '십센치'.

광고음악(CM송)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라는 곡을 만들고 불렀으며, 방송프로그램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을 통해 올해 초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인디밴드인 '십센치'(10㎝)가 인기 절정의 인디밴드로 변신했다. 지난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할 정도가 됐다. 고향인 대구에서는 11월 5일 천마아트센터에서 십센치만의 '10CentiMental' 10여 곡을 선보인다. 벌써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십센치'의 음악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마니아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6일 서울 상수역 인근 카페에서 '십센치'의 두 주인공을 만났다.

◆티격태격 찰떡궁합, 권정열과 윤철종

보컬과 젬베를 맡고 있는 권정열(1983년생'연세대 교육학과 졸업)과 기타 및 코러스 담당 윤철종(1982년생'대구예술대 실용음악과 졸업)은 12년 동안 밴드계에 몸담으면서 성장해온 선후배이자 형제보다 진한 정(情)을 나눈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

권정열이 입을 열었다. "1999년 구미 현일고 학교 동아리 밴드인 '매드 펄스'(Mad Pulse)에서 처음 만났죠. 그리고 각자 대학에 진학해 나름대로 음악을 하다 2004년 '해령'이라는 인디밴드에서 또 만났습니다. 2006년엔 함께 입대해 함께 제대했습니다. 전역 후인 2008년엔 무작정 서울에 가서 길거리 인디밴드가 됐고, 2010년 '십센치'로 활동하면서, 올해 드디어 속된 말로 붕 뜬 거죠! "

'십센치'로 활동한 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전에 다져진 10년 우정과 도전정신이 넘쳤던 음악활동은 충분히 뜰 만한 역량을 준 것이다.

윤철종이 말을 이었다. "둘의 키 차이가 10㎝여서 밴드 이름을 재미있게 지었습니다. 제가 181㎝, 정열이의 키는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전 항상 정열이를 배려하고 생각해 주거든요. 둘이 이때까지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형인 저의 부드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이내 권정열의 반격이 들어왔다. "이거 다 콘셉트입니다. 이 형은 언론 플레이의 달인입니다. 제가 약간 실수하고 망가질 때 치고 들어와 본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오늘도 보세요. 말하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본인의 이미지 상승에 도움이 될 때 들어옵니다."

둘의 관계를 역력하게 엿볼 수 있었다. 티격태격 찰떡궁합이었으며, 그 속에는 12년 동안 고락(苦樂)을 함께 해 온 끈끈한 우정이 느껴졌다.

◆'아메리카노 좋죠? 그냥 불러요!'

'십센치'의 음악은 그냥 편하게 부르는 노래였다. 아주 쉽게, 신나게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곡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유명한 광고음악(CM송)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이다. 요즘은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이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가 됐다.

이 노래의 탄생 배경을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메리카노 좋죠? 그럼 좋은 대로 가사를 만들어 불러요. 큰 의미없구요. 이런 식입니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이쁜 여자와 담배 피고 차 마실 때 메뉴판이 복잡해서 못 고를 때/ 사글세 내고 돈 없을 때 밥 대신에 짜장면 먹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

쉽게 부르는 곡을 만들었다. 요즘 세태가 잘 반영된 쉽고 재밌는 곡들이었다. 들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흥겨워지는 그런 음악들이다. '무한도전'에서 주목받은 '죽을래, 사귈래' '찹살떡' 등도 이런 풍의 재밌는 노랫말, 쉬운 리듬으로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렇게 만든 본인의 곡들만 이미 24곡이나 된다. 이 곡들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전국투어 콘서트에서 2시간여 동안의 레퍼토리 곡들인데, 굳이 유명 가수나 밴드들의 곡을 부를 필요가 없다. "대구 공연에 많이들 찾아주세요. '십센치'만의 색깔을 담아, '십센치'만의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자칭'타칭 '당당한 네가지(일명 싸가지)' 콘셉트인 권정열은 자신의 음악적 롤 모델이 해외 팝 밴드인 '마룬(Maroon) 5'의 보컬 아담 리바인이며, 국내에선 록 가수 김종서, 김경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십센치'의 음악이 왠지 더 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여자 친구들끼리도 서로 단짝 친구가 된 두 사람. 참 신기하게도 둘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또 둘을 뒷받침해주는 이들도 든든하다. 퍼커션(타악기) 정재훈, 건반 이혜미, 드럼 이윤혁, 베이스 신승호 등이 콘서트에서 '십센치'의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줄 멤버들이다. 4명 모두 전도유망한 젊은 뮤지션들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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