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레이더] "체감형 국감 대세" "언론 보도는 의정보고서용?"

입력 2011-10-08 07:53:45

○…"체감형 국정감사가 대세"

플라톤시대 이후 지금까지 정치인의 가장 큰 무기는 '입'이었다. 정치인을 위한 '수사학'(修辭學)이 별도의 학문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 그런데 요즘 이 추세가 바뀌고 있다. 시각과 청각을 넘어 다감각 충족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치인들 역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들어 이런 시대적 변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한 방'이 필요한 국정감사 기간 동안 '체감형 국정감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경북 김천)은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 게임기를 현장에 들고 나왔다. 평소에는 어린이용 게임기로 작동하다가 특정한 버튼 조작이 이뤄지면 성인용 게임기로 바뀌는 기계의 특성을 단속기관에 직접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차트는 구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해킹 시연이 실시됐으며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세정제의 유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현장에서 유해 성분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른바 '그림'이 되는 국정감사 지적 사항이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이채로운 풍경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원실 출판기념회 준비하며 출판 부수 고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있어 출판기념회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후원 행사가 금지된 이후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들의 유일한 정치자금 모금 수단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급적 많은 '총알'이 필요한 국회의원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둘째, 출판기념회 자체가 하나의 정치이벤트이기 때문에 자신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그런데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는 각 의원실의 공통된 고민이 있다. 바로 책을 얼마나 찍을 것이냐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자신이 쓴 책을 무료로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경우 위법행위로 처벌받는다. 따라서 '재고'가 적으면서도 실제 '수요자'들의 수에 가장 근접한 수량을 출간해야 한다. 통상 국회의원들은 책 출간 당시 약 1만권 정도를 주문하는데 책 1권 당 가격을 1만5천원으로 계산하면 출판기념회를 통해 약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언론 보도는 의정보고서용?"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치닫자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읍소형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유는 연말까지 의정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다할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 의원실에서 기사 부탁을 너나 없이 하고 있기 때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의정활동을 공식적으로 알릴 유일한 기회가 의정보고서인데 괜찮은 비중으로 지면을 장식한 기사(記事)가 없으니 '선처'를 부탁한다는 것. 더욱이 국정감사 기사 게재 여부가 보좌진의 역량과 연결되면서 이리저리 물어 기자들을 섭외하느라 정신없다고.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국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뒷전으로 밀려난 탓에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며 비토하는 분위기.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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