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전쟁, 씨앗이 돈이다…정부, 개발비 5천억 투입

입력 2011-10-07 10:36:51

국제 품종보호制 내년시행 로열티 지출만 8천억 예상

"중국 현지 재배에 이어 러시아에서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2006년부터 4년간 연구 끝에 국산 신품종 딸기 '싼타'를 개발한 경북농업기술원은 지난달 22일 러시아에서 바이오 신약을 생산하는 생명공학회사인 셀트리온과 국산 딸기 시험재배 협약을 맺었다.

채장희 경북농업기술원장은 "딸기 신품종의 중국 수출을 위해 스페인 종묘회사인 유로세밀라스㈜와 2월 협약을 맺은데 이어 이젠 러시아까지 진출하게 됐다"며 "유럽 딸기 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최근 종자산업을 둘러싼 국가간'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씨앗'은 미래 농업의 기반이자 차세대 성장산업의 핵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품종보호제도가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 로열티 지급의무 품종이 증가해 '종자'확보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기사 3면

다국적 기업들이 종자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중진국과 개발도상국 농민들은 로열티 지급과 종자구입비 부담에 내몰리고 있다. 2006년 다국적기업이 미국산 변형 종자를 유입해 면화값이 폭락하면서 수많은 인도 농민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등 종자시장 독과점에 따른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10대 다국적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1996년 14%에서 2007년 67%로 늘었다. 2007년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미국의 몬산토가 49억6천400만달러로 1위이고 미국의 듀폰(33억3천만달러), 스위스의 신젠타(20억1천800만달러)가 뒤를 잇고 있다.

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에 잇따라 인수합병됐다. 흥농종묘, 청원종묘, 서울종묘, 중앙종묘 등 토종회사들이 다국적 기업에 넘어갔다. 이로써 로열티 지급의무 발생 품목은 1998년 27개에서 2008년 223개 품목으로 급증했다. 내년에 품종보호제도가 시행되면 수입대체 품목 9개에서만 2020년까지 7천900억원이 로열티로 빠져나갈 것으로 농식품부는 추산했다.

정부는 국산품종 보급률을 높여 로열티 지출을 줄이고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종자수출을 늘리고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 사업이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수출과 수입대체용 종자를 개발해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까지 정부 3천985억원, 민간기업 926억원 등 4천911억원이 종자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수출전략 10개(벼, 감자, 옥수수, 고추, 배추, 수박, 무, 바리, 넙치, 전복) 품목, 수입대체 9개 품목(돼지, 닭, 양배추, 토마토, 양파, 감귤, 백합, 김, 버섯) 등 모두 19개 품목에 대해 집중 투자해 2020년까지 종자 수출 2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연구본부 박기환 연구위원은 "정부는 세계각지에서 육종 소재와 시장정보를 모으고 최첨단 기자재를 동원해 품종을 개발하고 민간이 이를 재배해 판매 유통하는 등 역할을 균형 있게 구분해야 한다"며 "육종과정이 4∼10년에 걸쳐 장기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의 육성계획도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발된 육종이 보호받지 못할 경우 육종에 대한 투자와 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품종보호권'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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