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김경석 한국도로공사 상임감사

입력 2011-10-07 07:02:47

"고속도 요금소 직원의 환한 미소 힘들게 사는 국민에게 위로 됐으면"

"이른 새벽, 혼자서 한참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난 뒤 도착한 요금소에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도로공사 직원을 만났을 때, 그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도로공사가 언제나 국민들의 편안한 동반자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경석(63) 한국도로공사 상임감사위원은 감사이기에 앞서 '깐깐한 고객'이다. 주말부부인 탓에 스스로 매주 주말 경기도 성남과 대구를 오고 가면서 느끼는 고속도로의 불편 해소에 온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부임 이후 고속도로 휴게소의 노점상을 철거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 결국 성사시켰다. 도공, 휴게소 입점업체, 노점상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뒤 각자 한발씩 양보할 것을 제안한 끝에 '작품'을 만들었다.

주변에선 상임감사가 그런 일까지 간여할 필요가 있느냐며 한발 물러나 있을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3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뒤 다시 맡게 된 직책인 만큼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제 생각을 실천할 생각입니다. 국민과 도공 고객의 입장에서 도공을 바라보는 일도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도공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김 감사는 1969년부터 2007년까지 공직자로 일했다. 1980년까지 체신청(일반행정)에서 근무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정년을 맞았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는 2004년 중앙선관위 정당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재의 정치관계법(정치자금'공직선거'정당법) 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일을 꼽았다. "소위 '차떼기'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워낙 거세 다소 엄격했던 정치관계법을 정치권이 소화할 수밖에 없었지요. 한국 정치의 행태가 바뀌는 계기를 만든 입법 작업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김 상임감사의 선거관리위원회 근무 경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선관위 출신이 공기업 감사 자리를 맡을 수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김 상임감사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감시'감독하는 선관위 근무 경험은 오히려 공기업 감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며 "국민 편에서 공명정대하게 일해 온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항시 구룡포읍 용주리 태생이다. 지금도 어머니가 계셔 거의 매달 고향을 찾는다. 구룡포가 1970년대 초까지 꽁치잡이 전진기지였던 터라 김 상임감사의 집도 뱃일로 생계를 이어왔다.

"포항에서 고향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면 항상 생선 비린내가 풍겼는데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제게는 비린내가 '풍어'(豊漁)를 상징했죠. 자연히 분주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고향을 떠올렸기 때문에 기분 좋은 비린내였습니다."

6남매의 맏이로서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야간대학을 다녀야 했던 까닭에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제대로 못 누린 게 조금 아쉬웠다는 그는 포항 동부초교, 구룡포중학교, 구룡포고교,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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