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레지던시를 마치고 새 작업실을 구하고 있던 중 한 구청에서 지원을 하고 미술 비평을 하는 단체에서 주관이 되어 순수 예술을 하는 작가들을 섭외해 문화와 결합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예술 프로젝트사업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시장엔 장사가 잘 안돼 비어있는 매장이 많았다. 필자에게 배정된 작업실 공간은 집주인이 재개발만 기다리고 있어 3년 간 세입자 없이 방치된 상가건물이었다. 이 공간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기 때문에 내부는 온갖 잡동사니와 먼지로 가득 차 있어 여기 들어온 게 과연 잘 한 일인지 후회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문화 활성화에 열의가 있었던 40여 명의 예술가들과 더불어 서로의 전문분야를 살려 문제점을 서로 공유해 일을 나누어 진행하면서 쓸 만한 공간들로 탈바꿈되기 시작했다. 사실 작가에게 작업실은 작품제작 공장이며 작가의 모든 생각과 철학, 개념들을 증언하는 곳이기도 하여 굉장히 중요한 공간인데 이런 작업실을 시장 내에 만든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어느덧 시장 프로젝트는 3년간 총 4번의 공공지원으로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침체되어가는 전통시장의 유동인구를 늘리고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상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시장 내 빈 점포를 임대하여 예술가들이 입주하고, 시장이라는 공간과 어우러지는 작품 활동을 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실시한 것이다. 점포엔 예술가들이 입주해 작업실을 항상 열어둬 시장 상인들과 그 곳을 찾는 시민들이 언제든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과 작품들을 손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장의 작업실들이 문이 닫혀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상시엔 시장 내 작업실에 안 나오지만 관계자들 시찰 나올 때나 언론 매체에서 나올 때 얼굴 비추고 악수하러 나오는 작가도 종종 있다. 초심을 잃은 것이다.
시장은 오가며 사람을 먼저 만나고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필요한 물건에 손을 대는 곳으로 인지된다. 물건의 거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대화가 있는 곳이며, 정이 있는 곳이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시장은 예산이 집행될 때만 움직이면 안 되고 자생적으로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다. 이는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예술가들이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프로젝트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책자나 벽화와 같은 가시적인 결과물 등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아마추어와 같은 모습들이 보여진다.
'예술가는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 아마추어는 자신을 위해서 작업하며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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