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경찰관이 범행 후 사라져 버린 날치기를 집중력과 기지를 발휘, 첩보영화 같은 작전 끝에 범인을 검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포항북부경찰서 환여파출소 김규목(39·사진) 경사.
지난달 15일 오후 3시쯤 김 경사는 112지령실을 통해 "두호동 제일우성아파트 앞 인도에서 핸드백을 날치기당했다"는 50대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김 경사는 곧바로 순찰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용의자의 행방은 묘연했다.
김 경사는 용의자가 달아난 방향과 주변 지형지물을 꼼꼼하게 확인한 결과 범행 장소에서 600여m 떨어진 '존메디컬' 병원 인근 아파트에 용의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즉각 환여·학산파출소에 지원 요청을 해 이 아파트 주변을 순찰차 8대로 포위하도록 했다.
이어 아파트 경비실을 방문해 CCTV를 확인하려는 순간 흰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20대가 출입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순간 김 경사는 '검은 옷에 붉은 두건을 쓴 용의자가 옷을 바꿔 입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곧바로 불심검문을 했고 용의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났다.
하지만 용의자는 아파트를 포위하고 있던 순찰차 근무자가 쏜 전기총을 맞고 검거됐다.
조사 과정에서 용의자 김모(23) 씨는 전날 밤 포항 남구의 한 편의점에 둔기를 들고 침입해 금품을 빼앗는 등 2차례의 강도 행각도 드러났다.
김 경사는 지난해 10월에도 포항 편의점 연쇄 강도 용의자를 기발한 기지로 검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사는 용의자가 새벽녘에 깨진 흉기를 들고 편의점에 침입한 점을 착안해 당시 병원 응급실 진료기록을 뒤졌다.
결국 병원에서 손에 상처를 치료한 용의자를 찾아냈고 추적 끝에 포항 해도동 S당구장에서 격투 끝에 검거했다.
취재 결과 김 경사는 지난해에만 기소중지자·절도범 검거와 음주·무면허 운전자 적발 등 형사사건 실적이 무려 500여 건에 달하는,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실적왕'이라는 것.
김 경사는 "용의자를 검거할 때 경찰관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피해자들이 감사할 때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며 "특히 이번에는 경북경찰청장·차장, 서장님 등 여러분이 격려 전화를 해 주셔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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