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3) SK 와이번스 감독대행이 3일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았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3, 4차전 때 대구를 방문했지만 그때는 수석코치 자격이었다. 당시엔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올드 팬들이 "이만수"를 연호하기도 했지만 이날 관중석은 조용했다. 다만 지인들이 이만수 감독을 개인적으로 만나 대구 방문을 환영했다. 이만수 감독 역시 "선수 시절 삼성의 이만수였다"며 SK 감독으로서 첫 방문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지난 8달 18일 취임한 후 공교롭게 데뷔전을 문학구장에서 자신이 선수 시절 몸담았던 삼성과 치렀다. 그날 SK는 삼성에 0대2로 패했다. 그 후에도 3차례(9월 29일~10월 1일) 만났지만 모두 문학구장에서였다.
이 감독의 대구 방문은 삼성과 SK의 시즌 마지막 대결이 돼서야 이뤄졌다. 이만수 감독에게 대구는 고향이자 선수 시절 투혼을 불살랐던 곳이다. 대구중-대구상고를 나온 이 감독은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 대구연고지 삼성에서 프로생활을 시작, 1997년 은퇴할 때까지 삼성에 몸담으며 대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감독이 된 후 고향 팬들과 처음 나누는 인사는 SK가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에 놓여 있는데다, 정식 감독이 아닌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입장이어서 별다른 이벤트 없이 끝났다. 오히려 시즌 도중 감독 교체에 불만을 품은 일부 SK 팬들에 대한 부담감, 불투명한 감독 계약 등 구단 안팎으로 엉킨 실타래가 외도 없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우승을 확정 지은 삼성이 베스트 전력으로 SK를 괴롭히는 데 대해 2위 싸움의 고뇌(?)를 풀어내며 야속함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인사를 건네자 "(1일 삼성이 승리를 가져가며) 2위 물 건너가게 만들었다. 그러다 언젠가는 울 때가 있을 것이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이 감독과 류 감독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류 감독이 입단할 때인 1987년부터 이 감독이 은퇴할 때인 1997년까지 11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막역한 사이다.
"부임 후 승률 0.500을 유지한 건 선방한 것으로 본다. 부상 선수만 없었다면 2위는 확실히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시즌을 되짚어본 이 감독은 이날 4점을 선취한 후 삼성의 거센 반격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가 간신히 4대3으로 승리를 거머쥐며 2위 탈환에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 후 "마지막 희망을 살렸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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