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범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되면서 정치권의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만큼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3일 치러진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은 제1야당임에도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된 민주당에 큰 상처를 입혔다. 최대 피해자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라는 데에도 거의 이견이 없다. 이날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손 대표는 경선 현장에서 점심까지 거르며 박영선 후보를 적극 지원했지만 박 후보의 패배로 정치적 좌절을 겪은 것은 물론 비주류 등으로부터 날아오는 책임론 공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후보도 못 내는 불임정당'이란 조롱까지 받았다. 벌써부터 손 대표가 야권의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만약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진다면 야권 전체는 책임론 속으로 내몰리게 되고 손 대표는 조기 사퇴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은 환골탈태 수준의 변신 압력에 시달릴 전망이다. 그 와중에 손 대표의 존재감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선 박영선 후보가 그나마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면서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비주류 대표 주자인 천정배 최고위원과 여성 대표격인 추미애 의원을 이겼고, 당내 각 계파의 고른 지지를 받은 게 긍정적이다. 하지만 연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목표로 뛰어온 중진들은 존재감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야권의 대안으로서 위상을 높이게 됐다. 특히 안 원장은 안풍이 여전함을 입증하며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비록 현실정치와 선긋기에 나서고 있으면서도 이번 경선에 직간접적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주목 대상 1호임을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선 안철수 신드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에도 태풍급의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박 변호사가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의 출현도 점쳐진다.
또한 안철수 돌풍 이후 존재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문재인 이사장 역시 야권 재편 과정에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가 이끄는 야권 대통합기구인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을 제치고 야권 통합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도 더 커졌다. 덩달아 친노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도 예상된다. 더욱이 문 이사장은 10'26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장을 맡기로 해 선거 결과에 따라 몸값이 더욱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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