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꼬이는 동구 이자 반환…비대위·연합회 '한지붕 두가족'

입력 2011-10-04 10:49:06

최변호사 "누구와…" 갈팡질팡

대구 북구가 최근 K2 공군기지 소음 피해 배상금의 지연이자 반환에 합의했지만 동구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민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

북구에서는 소송 대리인이 지급받은 지연이자가 당초 10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주민들이 한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달 29일 소송 대리인과 주민 간 지연이자 반환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차수 북구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단일 창구가 마련됐고, 소송 대리인도 문제가 불거진 뒤 합의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별다른 잡음 없이 합의에 이른 것. 하지만 동구는 소송 대리인인 최종민 변호사가 협상에 응하겠다는 의사에도 동구청이 주도하는 가칭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전국 군용비행장 피해주민연합회'(이하 연합회)가 각각 소송과 합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비대위와 연합회, 최 변호사 등 3자 간 뿌리 깊은 불신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송만이 해결책=비대위는 연합회의 참여 여부를 두고 논란만 거듭하다 출범하는 데만 보름 이상 시간을 끌었다. 이재만 동구청장과 강신화 동구의회 의장, 주민자치위원 등으로 구성돼 '주민 대표성'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협상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처음부터 연합회의 특정 인사를 배제하면서 연합회의 반발을 자초했고, 지연이자 반환 청구 소송 대리인인 권오상 변호사가 비대위에 포함되면서 처음부터 '소송'에 무게를 둬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만 청장은 "비대위는 처음 계획대로 간다. 연합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출범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합의로 해결해야=연합회도 적잖은 문제를 노출했다. 연합회는 2004년 처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최 변호사와 계약을 주도한 탓에 이번 지연이자 갈등에서도 가장 대표성을 지닌 단체였다. 하지만 연합회 특정 인사가 소송 전개 과정에서 온갖 구설에 올라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고, 일부 주민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도 연합회 측은 최 변호사와의 합의만 강조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 소송에서 이기고도 온갖 비난을 받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소송 대리인도 갈팡질팡=최 변호사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초 지연이자 문제가 불거진 뒤 한 번도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다가 지난달 20일 뒤늦게 대구를 방문했지만 '반환 협상에 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반환 액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연이자 문제가 드러나자 즉각 협상에 뛰어든 북구 소송 대리인과 비교되는 대목. 최 변호사는 주민 대표성을 지닌 비대위와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연합회 등 양쪽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협상 주체가 분명하지 않아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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