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한 달, 대구는…] <상>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입력 2011-10-04 10:51:33

글로벌 프로젝트 구체적으로 세워라

대구경북이 정부의 외면과 지방도시의 한계속에서도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역대 최고의 대회로 치러냈다. 이는 550만 시도민과 대회 관계자,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열정의 결과였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대형 국제스포츠대회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듯이 대구도 2011 대회를 십분 이용해 도시발전을 앞당기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세계육상대회 개최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 성과와 과제를 2회에 걸쳐 점검한다.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치러진 2011 세계육상대회는 역대 개최도시 중 가장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 대구에서 열렸지만 전 세계 202개국 선수단 1천945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관중수도 역대 최고였고, 쾌적한 경기장과 첨단시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각 국 선수단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이제 대구는 세계육상대회의 성공을 지역 발전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세계 주요 도시가 대형 국제행사에 목을 매는 것은 도시발전의 동력을 찾고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대구가 2011 대회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남에게 잔칫상만 차려준 꼴만 된다"며 "대구시와 관계기관, 전문가들은 2011대회 이후의 대구 발전방안을 찾아야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2011 구호는 있지만

대구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5조5천8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6만2천8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 등을 내세우며 시민들의 관심을 독려했다. 특히 도시브랜드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지금 시민들은 이같은 수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Post 2011 글로벌 대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구호성'이 짙다. 시는 ▷높아진 도시브랜드 가치를 투자유치로 연결하고 ▷문화관광자원을 상품화하며 ▷육상메카 조성과 또다른 대형 국제행사 유치 등을 통해 도시 발전을 가속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4년까지 투자 유치 6조 원, 수출 100억 달러를 실현하고 문화관광 분야에선 공연 문화 시설과 뮤지컬, 오페라축제의 국제 브랜드화, 2015년 세계물포럼 등 국제대회를 유치하겠다는 것. 하지만 시의 구상은 '구체적인 목표없이 원론적인 비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표출된 대구경북 시도민의 열정과 에너지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문화관광상품화, 국제대회 유치 등도 포스트 2011 계획에 담아야 하지만 시민열정을 활용하고, 2011대회와 연계할 수 있는 지역 뿌리 산업발전을 통해 근본적인 도시 업그레이드 방안부터 찾고 분야별 세부계획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목표를 잡아야

전문가들은 포스트 2011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명확한 목표 의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스포츠 대회를 통한 경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

최근 열린 '포스트 2011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투자유치보다는 관광과 육상, 도시 업그레이드 쪽에 초점을 맞췄다. 암드 크루겔 독일 괴팅겐대학 교수는 "관광객 증가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기회를 잘 활용하여 관광상품의 홍보와 상품의 다양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베를린은 마케팅과 홍보강화, 이벤트와 문화 및 스포츠 관광 증대, 국제 콘퍼런스 및 워크숍 관광 증대, 관광 인프라 확충, 협력과 네트워킹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진 계명대 교수(체육학과)는 "대구는 육상 인프라가 완비된 도시이며, 육상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수의 저변 확대, 육상스타 발굴, 우수 지도자 양성, 재단 설립, 학교체육 및 생활체육의 활성화, 국제육상대회 유치, 스포츠 산업 분야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1 대회를 통한 직접적인 경제 가치 유발보다는 스포츠와 관광을 통한 도시 브랜드 향상 쪽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부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포스트 2011을 통해 대구시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잡으려고 다각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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