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평생학습에 길을 묻다] ②아이디어스토어의 대성공

입력 2011-10-01 08:00:00

런던 자치구 '못사는 동네' 미래도시로 탈바꿈 원동력

주민 요구에 맞춰서 입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세워진 런던 타워햄릿츠 화이트캐슬 아이디어스토어. 영국의 대형유통기업 세인즈베리가 잘 지어서 지역사회에 싸게 넘겨주었다.
주민 요구에 맞춰서 입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세워진 런던 타워햄릿츠 화이트캐슬 아이디어스토어. 영국의 대형유통기업 세인즈베리가 잘 지어서 지역사회에 싸게 넘겨주었다.
화이트캐슬 아이디어스토어 1층 어린이도서관에 두 젖먹이를 데리고 나온 중동 여성.
화이트캐슬 아이디어스토어 1층 어린이도서관에 두 젖먹이를 데리고 나온 중동 여성.

"무엇이 필요한지 2년간 충분히 물었다. 주민요구에 맞춘 신개념 복합도서관 아이디어스토어를 세웠다. 21세기 평생학습사회와 맞아떨어지면서 타워햄릿츠(TowerHamlets) 구(區)는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라는 낙인을 떼고, 런던타워와 함께 10대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낙후된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로 지역이 재창조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런던 타워햄릿츠 구는 그 꿈을 실현했다. 뒤떨어졌던 어제를 딛고, 밝은 내일이 기대되는 창조적인 젊은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평생학습으로 재무장하고, 지역민의 요구에 눈높이를 맞춘 신개념 공공도서관 아이디어스토어의 대성공에 힘입어서다. 지금 타워햄릿츠 자치구에는 4개의 아이디어스토어가 있고, 2012년에 한 곳이 더 오픈된다. 나머지 도서관들도 구각을 벗고 아이디어스토어로 변신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뒤떨어진 지역구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희망 자치구로 브랜드를 한껏 높인 타워햄릿츠 대변신의 중심에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가 있다. 아이디어스토어 가운데서도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노점상과 코 댄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

32개 런던 자치구 가운데 최고 도심에 위치한 1존(구역)에는 8개 자치구가 있다. 소위 런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타워햄릿츠는 이민자와 저소득 실직자로 고통스러운 도시였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이 벵골리안과 무슬림의 천국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방글라데시인, 아프리카흑인, 중동 아랍인들이 많다.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독립한 방글라데시 이민 후세들(전체 인구의 33%)과 다민족이 가난하게 모여살면서 타워햄릿츠는 '못사는 동네'란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평생학습시대에 맞게끔 지역친화형으로 만든 아이디어스토어가 첫 가동된 지 10년 만에 도시에는 희망이 살아났다.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는 평생학습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타워햄릿츠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청유리의 모던한 감각을 자랑하는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는 전 세계 평생학습 전문가와 창조적인 지역문화개발을 벤치마킹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지역민을 나락에서 건져 올리다

인구 23만여 명(2008년)의 작은 자치구인 타워햄릿츠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로 가는 길은 시끌벅적하다. 히잡이나 차도르를 쓴 긴치마의 무슬림 여인들이 무리지어 혹은 가족과 함께 다니는 풍경이 일상적인 타워햄릿츠의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가 영세 노점상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문턱을 없앤 이곳은 신개념 복합도서관이라고 하지만 이미 전통적인 도서관 기능은 자동화되었다. 책을 빌리는 것도, 반납하는 것도 완전 자동이다. 평생학습기능이 훨씬 돋보인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하여 350명의 직원들이 800여 개의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이곳에서 혹은 출장서비스한다. 장 보러 왔다가도 책을 읽고, 반찬을 사들고 국가 자격증 관련 상담도 받는다. 장사를 하면서 피곤하면 헬스도 하고 벨리댄스도 춘다. 젊은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1층 어린이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고, 성인들은 위층으로 올라간다. 전 층에서 휴대폰 사용이 자유롭고, 4층 카페와 찻집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규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심리적인 저항감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지만 공간과 프로그램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지역민에게 물었다. 성공했다!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가 노점상들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하게 된 것은 지역민들이 원해서였다. 가장 출입하기에 편하고, 접근하기 좋은 곳에서 평생학습을 하고, 정보를 얻고 도서관 업무를 보기를 원했다. "장 보러 나왔다가 들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직업훈련 과정을 개설해 주세요" "유모차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도심에 있으면 좋겠어요" 주민 의견은 가감 없이 수용되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입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졌고, 이용자의 욕구를 철저하게 파악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리 컴퍼니가 담당했다. 온-오프로 여론을 수렴하는 데 무려 2년이 걸렸다. 그 2년이 타워햄릿츠의 불명예스러운 과거를 완전히 털어냈다. 도시 활력이 생겨나고, 주민들의 자신감이 커진 것이다. 입지가 돋보이는 화이트채플 아이디어스토어는 이민자를 위한 문해교육을 하고 있고, 지역민을 위한 취업정보나 직업훈련도 해준다. 내부에 위치한 잡플러스는 타워햄릿 구에서 진행되는 크로스레일 철도공사에 필요한 인력을 모집하고 훈련하고 취업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은 숙박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0년간 이용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모든 지역주민이 1년에 9번 이상 아이디어스토어를 이용하고 있다.

◇규제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많아졌다

하루 2천 명 이상이 드나들어도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설계되었고, 전 층에 컴퓨터가 깔려 있다. 영국 도시 평균연령(39세)을 밑도는 젊은 타워햄릿츠의 주민들은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지역혁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변하려면 학습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아이디어스토어라는 공간에서 실천한 것이다. 아이디어스토어는 도서관, 학습, 정보의 세 특성을 지닌다. 아이디어스토어가 타워햄릿츠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고객이 원하는 방식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나 행정가들이 공공기관의 입지와 기능을 마음대로 뚝뚝 떼내서 산속에, 도시 외곽에 떨어뜨리는 탁상공론을 하지 않고 "아이디어스토어를 어디에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라고 먼저 묻고, 주민여론을 들은 게 성공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아이디어스토어는 타워햄릿츠 보우에서 시작해서 카나리워프 화이트채플 쉐드웰 등지로 퍼졌고, 2012년에는 와트니마켓 아이디어스토어가 오픈된다. 공급자 위주의 권위적인 평생학습관은 결코 성공하지도,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도 없음을 런던 타워햄릿츠 사례가 말해주고 있다. 향후 생겨날 대구평생교육진흥원의 입지, 어떻게 정해야 할지 답이 나왔다.

런던에서 글·영상 최미화 뉴미디어국장 magohalmi@msnet.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서 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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