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씨름 으랏차차∼ 전국을 들어 메친다

입력 2011-10-01 08:00:00

지역 장사들 대통령배 출전권 모래판 열전

2011 대구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각 부별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죽을 힘을 다하지만 상대를 쓰러뜨리기는 쉽지 않다.
2011 대구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각 부별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죽을 힘을 다하지만 상대를 쓰러뜨리기는 쉽지 않다.

"전국 씨름왕 대회에서 대구 씨름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2011 대구시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각 부별 우승을 차지한 씨름왕들이 오는 11월 경기도 평택에서 열리는 '대통령배 전국 씨름왕 선발대회'를 앞두고 하는 다짐이다. 이번 대회에는 대구시 8개 구'군을 대표하는 선수 270명이 출전해 남자 7개 부(초등, 중등, 고등, 대학, 청년, 중년, 장년부)와 여자 3개 부(60㎏ 이하, 70㎏ 이하, 80㎏ 이하)에서 토너먼트 방식으로 씨름왕을 가렸다. 종합시상에서는 동구가 1위(815점), 달서구가 2위(810점), 북구가 3위(495점)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대구씨름연합회 배오석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장해수 부회장, 장해식 상임고문 그리고 장영도 대구시 생활체육회장 등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민속경기로서 오천 년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해 온 씨름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는 2008년 종합우승을 비롯해 매년 상위성적을 놓치지 않고 있어, 올해도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 대구 씨름의 명성을 이어갈 각오라고 한다.

◆별별 사연의 씨름왕, '한다면 한다'

'엄마도 씨름왕, 아들도 씨름왕'.

이번 대회에서 각 부별 씨름왕을 차지한 사람들 가운데 눈길 끄는 사연을 담은 이들이 많았다. 이들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씨름 가족이다. 이상훈(39)'장유경(38) 씨 부부와 아들 진복(14) 군이 함께 출전했는데 아버지만 16강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고, 어머니와 아들은 씨름왕에 올라 대구의 대표 씨름가족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들 가족은 매주 월'수요일 씨름교실에 와서 열심히 기량을 익혔으며, 가족 간에 살을 맞대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 가족은 "씨름을 하면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서로 살을 맞대고 씨름을 하다 보니 친밀감도 높아졌다"고 씨름 예찬론을 펼쳤다.

중년부 씨름왕에 오른 박문수(35) 씨도 돋보였다. 예선부터 단 한 판도 내어주지 않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부터 중년부가 된 박 씨는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실업팀 소속의 유도 선수 출신인 그는 실업팀에서 나온 이후 막노동 등 고된 일들을 하며 힘든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씨름을 배우면서 활력소를 갖게 됐다. 전국대회 부별 우승상금 300만원도 그에게는 주요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대학부 이현욱(27'계명대) 씨는 지난해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매주 씨름연습을 나오면서 몸을 철저히 관리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해 결국 씨름왕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여자부에서는 도경희(45) 씨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고령임에도 불구, 여자부 70㎏급에서 3연패를 달성하는 개가를 이뤄냈다. 도 씨 역시 11월 전국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기준은 30세, 나이 많으면 유불리(?)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아무래도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런 경향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초'중'고와 대학부에서는 학년이 높고, 한 살이라도 더 많을수록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고학년들이 대체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부 역시 이현욱 씨가 나름 대학부 출전 선수 중에서는 노련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부부터는 한 살이라도 어린 것이 힘을 쓰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년부 김경수 씨는 1993년생, 박문수 씨는 1976년생으로 올해부터 중년부로 올라왔다. 기자와 맞붙었던 중년부 3위를 차지한 김진환 씨 역시 1976년생으로 지난해까지는 청년부에 출전했었다. 3위 박우영 씨는 1974년생이었다.

장년부 역시 1963∼66년생들이 1∼3위를 차지했다. 우승한 장세철 씨는 1963년생, 이성헌 씨는 1964년생, 양성우 씨는 1966년생이었다. 1966년생부터 장년부임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더 젊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올해 66세로 장년부 씨름왕을 7차례나 차지했으며, 전국대회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은성기 씨 역시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첫 경기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음을 실감케 했다. 은 씨는 "몸이 예전 같지 않고 기량 좋은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와 갈수록 힘들지만 도전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석(51) 씨 역시 고교 때 취미로 씨름을 배우다 그만둔 뒤 사회생활하면서 다시 씨름을 시작한 경우다. 1982년 KBS팔도씨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어린 상대에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011 대구 씨름왕 선발대회 각 부별 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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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구분 성명(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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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신현종(99년생'문성초교)

중등부 이진복(97년생'서남중)

고등부 이진수(94년생'영신고)

남자 대학부 이현욱(84년생'계명대)

청년부 김경수(93년생)

중년부 박문수(76년생)

장년부 장세철(63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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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이하 신은지(92년생)

여자 70㎏ 이하 도경희(66년생)

80㎏ 이하 장유경(73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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