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5개월 8강 만족…내년에 황소 타야죠"

입력 2011-10-01 08:00:00

권성훈 기자 씨름대회 도전기

권성훈 기자(오른쪽)가 되치기를 당해 모래판에 앉아있다.
권성훈 기자(오른쪽)가 되치기를 당해 모래판에 앉아있다.

"첫 출전에서 4강 진출은 무리였다. 8강 진출에 의미를 둬야 했다."

22일 오전 신문사가 아니라 곧장 대구씨름장으로 달려갔다. '2011 대구 씨름왕 선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도착해서 유명 브랜드의 기념 체육복도 받고, 목욕비 명목의 참가비(1만원)도 받았다. 그리고 책자를 뒤져보니, 중년부 대진표에 서구 대표 '권성훈'이라는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각 구별 예선을 거쳐 올라온 19명의 참가선수 중 5번 선수로 대진표가 짜여졌다. 1번인 박문수 선수는 대회 시작 전부터 이미 우승후보였던 탓에 혹시나 4강에 올라가더라도 결승까지 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스스로 여겼다. 혼자 생각은 자유였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근육이 경직되고, 살짝 긴장됐다. 먼저 32강전이 펼쳐졌다. 여기서 이긴 선수와 맞붙게 돼 있었다. 한전철(수성구) 선수가 허진석(북구) 선수를 물리치고 올라왔다. 이제 첫 판 시작이다. "중년부 권성훈 선수, 청샅바, 한전철 선수 홍샅바입니다." 김정필 전 천하장사가 가르쳐준 대로 허리를 세우고 상대 선수 샅바를 당겨 잡았다. 하지만 정신은 하나도 없다. '준비,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호각소리가 들렸다. 뭘 해야 할지 감감했다. 다만 상대 선수가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 샅바를 잡고 돌다, '이때다' 싶어 밭다리를 걸었다. 그런데 의외로 상대 선수가 쉽게 모래판에 넘어졌다. 16강전은 단판 경기라 이렇게 해서 8강 진출이란다. '경사났네!'

20여 분 쉬고 나니, 이미 다른 시드 경기가 모두 끝나고 8강전 4경기가 시작됐다. 8강전은 3판 2승제다. 첫 경기에서는 우승후보였던 박문수 선수가 무난히 4강에 진출했다. 드디어 내 차례였다. 달서구 김진환 선수가 홍샅바를 차고 준비하고 있었다. 몸무게가 족히 100㎏은 넘어 보였다. 힘에서도 밀릴 것 같았다. 약간 위축된 마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역시나 버거운 상대였다. 힘을 줘서 당겨봐도 공격이 쉽지 않았다. 힘겨루기에서도 밀렸다. 40초가량 버티는데 김 선수의 배지기 기술이 들어왔다. 약간 뒤로 빠지며 덧걸이를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덧걸이를 어설프게 했던 탓에 상대 선수가 되치기를 하자 크게 넘어져 모래판에 뒹굴고 말았다. 두 번째 판 역시 버티다 10초가량 남겨두고 또 배지기 기술을 잘못 써 되치기를 당하고 말았다.

여기서 끝이 났다. 모래판을 나오고 나니 온몸이 쑤시고 팔에 뭉친 근육은 쇳덩이처럼 변해 좀체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오전경기만 하고 쓸쓸히 대회장을 나섰다.

씨름을 본격적으로 배운 5개월을 되돌아봤다. 처음 씨름을 배우기 시작할 땐 의욕이 넘쳤다. 덩치도 큰데다 나름 다른 운동을 많이 해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를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구씨름연합회가 문을 열어 준 씨름교실에서 매주 월요일 퇴근 후 1시간씩 5개월가량 배우다 보니 부족한 기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김정필 전 천하장사의 열성적인 지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스스로의 벽을 넘지 못한 탓에 '4강 진출, 전국대회 출전'이라는 티켓을 따지 못했다.

이건 2012, 2013년을 위한 다짐이다. '집 거실에 있는 사회인 야구 테마리그 홈런왕 트로피 옆에 씨름 종목의 트로피를 꼭 갖다 놓겠다.'

권성훈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