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재추진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가 차기 정부에서마저 신공항을 하지 않는 쪽으로 선을 그으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어 신공항 재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인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을 확정한 데 이어 김해공항 증축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엇박자 보이는 정부와 여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부산을 방문해서 내년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부산에서 부산상공인들의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확장 요청에 화답하고 나서면서 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도 서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기에다 부산시는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증축계획과 별도로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용역조사를 발주해 둔 상태다.
정부와 여당 및 부산시가 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제각각의 해법으로 접근하면서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할 신공항 건설이 다시 지역간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국정운영의 걸림돌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 대통령과 홍 대표가 각각 다른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서 여권 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 이어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공항 재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신공항 재추진을 한나라당 내년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28일 부산을 방문한 홍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관점의 차이이기 때문에 우리가 내년 총선, 대선에 다시 정치(精緻'정교하고 치밀함)하게 다음 정권에서는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서 로드맵까지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공항 추진에 대한 여권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 지도부가 대구와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워 지역 갈등을 야기할 경우, 신공항 재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확장 약속도 정책적 판단보다는 부산 민심을 의식한 정치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지역 인사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역인사들이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 증설 및 청사 확장을 건의하자 "국제선이 부족하면 (국제선 청사와 이착륙 시설을) 증축하는 게 좋겠다"면서 "부족한 게 확실하면 용역한다고 시간을 끌면 안되고 기간을 단축해서 청사도 증축하면 좋겠다"고 화답, 박수를 받았다. 이 자리에 같이 참석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김해공항 청사 확충 문제는 저희도 걱정이 돼서 타당성 용역 발주하려고 한다"며 "용역결과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걱정이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뒷받침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반대 여론 거세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병)은 29일 "앞서 2차에 걸친 국가연구용역 결과,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난 상태에서 활주로 확대 없이 청사 증축과 활주로 슬롯의 확대는 김해공항을 더 포화상태로 만들 수 있어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도 인천공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김해공항 수용 능력이 벌써 66%로 이 추세대로라면 10년 후에는 100%가 돼 2030년에는 활주로 포화 시기가 올 것"이라며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김해공항의 국제선을 확충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경북 영천)도 "이미 김해공항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돼 동남권 신공항 설립이 추진됐는데 김해공항 확충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예산낭비를 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인천공항 3단계 확장공사 개시와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정치권의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에 대한 사전 쐐기박기 성격이 강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다음 정권에서 신공항을 재추진하기로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지 선정에 대해 대구와 부산이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번과 같이 두 지역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신공항 재추진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의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확충 발언에 대해서도 "자칫 신공항에 반대한다는 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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