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징검다리때문에 숨막혀"…물흐름 막아 자갈모래 쌓아

입력 2011-09-30 09:45:02

하천모습 변형 생태계 위협

대구 신천이 징검다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중 고무보가 헐린 수성교와 동신교 사이 징검다리 상류(왼쪽)에는 모래톱이 가득 쌓인 데 반해 하류에는 빠른 물살에 모래와 자갈이 사라져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신천이 징검다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중 고무보가 헐린 수성교와 동신교 사이 징검다리 상류(왼쪽)에는 모래톱이 가득 쌓인 데 반해 하류에는 빠른 물살에 모래와 자갈이 사라져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달 27일 오후 대구 신천 수성교와 동신교 사이에 있는 징검다리 북쪽에는 길이 300m, 폭 15m가량의 자갈모래톱이 펼쳐져 있었다. 폭이 50m가량인 신천의 3분의 1을 뒤덮은 것. 반면 징검다리 남쪽 하천 바닥은 군데군데 자갈이 쓸려나가 푹 파인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징검다리를 사이에 두고 북쪽과 남쪽 하천 바닥의 자갈과 모래의 양은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런 모습은 희망교와 대봉교 사이에 있는 징검다리 주변도 마찬가지. 매일 징검다리를 건너 신천둔치에 산책을 하러 온다는 인근 주민 이수범(55'동구 신천동) 씨는 "징검다리가 처음 생겼을 때는 하천 바닥에 자갈이 고르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징검다리가 하천물의 흐름을 막아 자갈과 모래가 쌓이는 등 신천이 흉물스럽게 변했다"고 했다.

대구 신천이 징검다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신천을 찾는 시민들에게 편의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징검다리가 시간이 지나며 자갈모래톱을 만드는 등 하천의 모습을 변형시키는가 하면 신천 생태계마저 위협을 주고 있는 것.

수성구청은 2008년 3월 예산 1억5천만원을 들여 희망교와 대봉교 사이에, 2009년 9월 2억8천만원을 들여 수성교와 동신교 사이에 징검다리를 설치했다.

문제는 두 징검다리의 돌과 돌 사이로 하천물이 통과할 수 있는 틈이 20~30㎝에 불과하다는 것. 이 때문에 하천물을 타고 흘러 내려오는 자갈과 모래가 징검다리에 끼여 물흐름을 막고 있다. 비가 오거나, 정기적으로 인공보에 물을 채웠다가 흘려보내며 수위 조절을 할 때면 자갈과 모래가 떠내려 올 정도의 유량과 유속으로 물이 흐르는데 이를 징검다리가 번번이 가로막아 자갈모래톱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갈과 모래가 쌓이는 것을 넘어 징검다리와 같은 인공구조물이 하천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명대 배상근 교수(토목공학과)는 "징검다리뿐만 아니라 인공보 등 하천에 설치한 인공구조물이 하천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 자갈모래톱과 같은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하천은 손을 댈수록 새로운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인공구조물의 설치와 자연 하천의 유지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갈모래톱을 없애기 위해 매년 수차례씩 벌이는 준설작업이 물고기 등 수중 동'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자갈과 모래를 파헤쳐 결국 하천 생태계의 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준설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하천을 관리하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징검다리와 같은 인공구조물을 최소화해 신천을 최대한 자연하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성구청 관계자는 "신천 징검다리 주변에 일부 자갈모래톱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기적인 준설작업으로 무리 없이 해결하고 있다"며 "시민 이용에 별다른 지장은 주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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