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내년 예산 편성키로 "주민에게 돌아갈 몫 충당"
대구 서구청이 내달로 다가온 구청장 보궐선거 비용 확보를 위해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구청장 한 사람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10억원이 넘는 안 써도 될 혈세를 쓰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에게 써야 하는 예산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는 바람에 주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
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9일 보궐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서구청이 상정한 11억원의 추경예산안을 가결시켰다. 이날 서구청에 따르면 구청장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11억원. 구청은 당초 남아있는 예비비 2억2천만원을 부족한 선거 비용에 보탤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비비까지 끌어다 쓸 경우 당장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예산이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비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구청은 우선 매 분기별로 납부해야 하는 공무원연금 7억2천만원을 내년까지 체납하기로 했다. 공무원연금은 정부기관이 공무원들의 퇴직과 유족 급여를 위해 공무원연금공단에 내야 하는 돈이다. 10월까지 납부토록 돼 있는 연금을 일단 미룬 뒤 내년 예산에 편성하겠다는 것. 이럴 경우 서구청은 내년에 공무원연금을 총 5차례 납부해야 해 이는 고스란히 서구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돌아간다.
서구 평리3동에 사는 김모(56) 씨는 "구청장이 갑자기 나간 게 주민들의 죄도 아니고 왜 이 비용까지 우리가 부담해야 하느냐"며 "서구청은 2008년에도 보궐선거로 혈세를 낭비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른 서구주민은 "구청장 한 사람 때문에 수십억원의 혈세 낭비는 물론 주민들을 위한 예산마저 선거비용으로 쓰이게 됐다"며 "현직 단체장이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출마 등의 이유로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 비용을 사퇴한 단체장 본인이 책임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구청 직원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서구청은 직원들의 직무 출장이나 연수비를 줄여 3천만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여비가 줄면 정부가 마련하는 각종 정책 설명회 등에 직원들이 자비를 들여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구의회 김재진 의원은 "서구 발전을 위해 구청 직원들이 자신의 직무에 필요한 교육이나 출장을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일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태훈 서구청장 권한대행은 "아무리 쥐어짜도 보궐선거 예상비용에서 3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구시 특별교부금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시 예산 사정도 빠듯한 것으로 알려져 막막하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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