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단성고 전환 추진 왜?
지난해 대구의 남녀공학고 5곳이 단성고(單性高)로 전환하기를 원하면서 대구시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타당성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단성고 전환을 원하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났다. 또 학업성취도 부문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을 압도했고 내신성적, 수행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비교과 활동 성적, 대학진학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많은 남녀공학고의 성적
2003년 남학교에서 남녀공학고로 바뀐 A학교. 입학생의 연도별 성적 변화를 보니 중학교 내신 성적이 연차별로 낮아지고, 특히 남학생의 중학교 내신이 여학생보다 매년 현저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 학교의 2008년도부터 올해 입학생 중학교 내신성적 백분위수 평균은 40.942에서 43.258로 하강 추세를 보였는데 백분위수 40.942는 입학생의 상대적 서열이 40.942% 안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43.258%보다 성적이 좋은 것이다. 같은 기간 대비 여학생의 내신 평균은 33.603에서 34.590으로 약간 떨어졌지만 남학생은 45.019에서 48.074로 현격히 떨어졌다.
또 공학인 이 학교 입학 후 내신성적 연도별 변화를 보면 남학생이 여학생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어 성적은 2008년 4.90등급이 2008년 2학기 5.29등급으로 크게 떨어졌고 2009년 5.18등급, 지난해 5.27등급을 보여 하향 평준화됐다. 여학생 수학 등급도 같은 기간 4.16등급에서 5.20등급으로 떨어지더니 5등급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러한 '하향평준화 속 여학생 우위' 수치는 여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바꾼 B, C학교 모두 대동소이했다. C학교는 국어 남자가 5.44에서 5.63등급으로, 여자 수학은 5.00에서 5.12등급으로 떨어졌다.
내신성적에서 성별 차이가 있을 거라는 인식에서는 교사, 고교 학부모, 고교생 등이 모두 여학생에 '다소 유리'하거나 '매우 유리하다'고 봤고, 중학교 학부모나 중학생은 '차이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본 부류에서는 "성적 차이가 생기더라"는 얘기를 했다.
◆학업 수행도 문제 더 많아
학생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지 여부에 대해 교사의 52%가 '여학생이 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여학교 교사는 '차이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는데 남녀공학 교사는 압도적으로 여학생이 낫다고 답했다.
수업 집중도도 '여학생이 더 낫다'는 교사들의 응답이 많았다. 남학교 교사는 43.4%가 '차이가 없다'고 답했지만, 공학교는 '차이가 없다'는 답에 24.3%, '여학생이 더 낫다'에 74.8%가 응답했다.
수업 중 질문 빈도도 남'여학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지만 남녀공학은 '여학생이 더 질문을 많이 한다'(52.8%)고 답했다, 발표나 토론 참여도 남녀공학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은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역 여론, 해당 학교 학부모,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해 남녀공학 폐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성에도 뚜렷한 차이 보여
학생들의 '외모 가꾸기'도 남녀공학에서 더 열을 올렸다. "공부에 방해받을 정도로 거울 보기, 회장이나 피부, 몸매 관리를 신경 쓰느냐'는 물음에 남녀공학 교사 9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학교 교사(62%), 여학교 교사(88%)에 비해 훨씬 많았다. '외모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학생은 남학교(23.8%), 여학교(17.2%)에 비해 남녀공학이 15.7%로 가장 낮았다.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는 뜻이다.
남녀공학교 학생들의 이성교제도 활발했다. 여학교 학생의 이성 교제 비율이 가장 낮았다. '이성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녀공학에서는 21.2%가 있다고 밝혔고 남학교는 18.6%, 여학교는 13.2%에 불과했다.
한편 남녀공학고 교사가 남학생에게는 엄격하게,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에게는 완곡한 표현을 쓰거나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교사는 이성(異性) 학생 생활 지도에서 신체 접촉 문제가 성희롱으로 오해받을까봐 제약을 받는다고도 했다. 학생들도, 교사들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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