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경찰, 전면수사

입력 2011-09-29 00:17:47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사건의 실제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원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교육청의 인화학교 폐쇄 검토로까지 영화 도가니의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 등 타 지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의혹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청은 28일 광주 인화학교에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경찰청 본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이 함께 특별수사팀을 편성, 의혹 내용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주지방청 소속 성폭력 전문수사관 등 총 15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가해 교사들의 추가 성폭행 피해 사례 ▷관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상의 적정성 여부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비리 등 3가지를 중점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히 사건이 발생했던 2000년 당시 가해 교직원들이 추가 범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되지 않았는지, 또 2005년 사건이 불거진 후 직위해제됐다가 이듬해 학교로 복귀한 이후 다시 유사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특히 경찰청은 일부 교직원의 최종 형량이 피해자와 합의에 따라 감형됐다는 점에서 합의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행사됐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건 당시 인화학교 교직원 6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4명이며, 이들 중 일부는 집행유예 또는 형 만기로 풀려난 뒤 인화학교에 그대로 복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인화학교 원생 간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경찰은 관할 지자체인 광주광역시청과 시교육청, 관할 구청, 지역 경찰 등이 인화학교 재단 측과 유착하거나 관리'감독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는지도 규명할 계획이다.

특히 광주 인화학교 원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최근 흥행에 성공하면서 유사 사건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형량과 복직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경북의 한 복지시설 이사장은 이 시설에서 생활하던 지체장애인(22) 여성을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피해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져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결을 받고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볼 때도 과거 사건 처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개연성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총체적으로 수사하는 것"이라며 "이전에 처벌을 받은 사람도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 외에 추가 혐의가 있다면 다시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광주 인화학교 사건=광주 청각장애 특수학교 교직원들이 2000년부터 수년에 걸쳐 6~10명의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2005년 성폭력 피해 사실이 한 장애인상담센터에 신고된 후 세상에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 인화학교 사건 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의 수사로 이어졌지만, 1년 만에 가해 교직원들이 현직에 복직하고 오히려 피해 학생들을 도왔던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나는 등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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