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실에 불이나면 나는 살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나오겠다. -자코메티-
1.수륜의 작업실
채소농사는 엉망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잡풀들의 자라서 채소들이 맥을 못 추었다. 고로 일 년 농사가 망했다. 채소사랑이 부족했던 탓으로 이젠 사 먹어야 한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부터 다시 씨를 뿌려야겠다. 채소농사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2.서울 나들이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선배아들이 장가를 가니 강남 천주교회에서 예식을 올린단다. 축하해주러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결혼 예식장은 성당인데 결혼미사 드리는 사람은 별로 없고 , 지하 뷔페식당은 북적거린다. 모두들 바쁜지 밥부터 먹고 시작한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밥부터 먹고 시작하자.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3.인생은 연극이다.
미아리 고개의 근처 소극장의 연극을 보러 갔다. 제법 긴장이 된다. 박진감과 긴장감이 어우러져 있는데, 내내 클라이맥스랄까. 키포인트가 없다. 의상 디자이너와 조각가 후배와 술 한잔한다. 연극의 어려움과 미술의 어려움은 같은 것 같다. 연극하는 사람들이 더 어렵다고 느껴진다. 의상 디자이너가 페이스북 친구란다. 여기서 만나니 세상은 참 좁다.
4.작곡가의 방
아들의 자취방은 어지럽다. 그런데 키보드가 굉장히 큰 것이 있다. 이 키보드를 보니 생각난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작은 키보드를 손으로 치다가 "아버지 보이소" 하는 것이다. "와그라노?" 하니깐 손가락을 옆에서 움직이는데 건반 없는 곳을 두드리고 있다. 실력은 늘었는데 키보드가 작아서 이렇게 칠 건반이 없다는 뜻이다. 피아노 한 대를 사주든지, 긴 건반이 있는 키보드를 사주어야 하는데…. 후배한테 이야기해서 중고 피아노를 구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구하지 못하고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부산으로 전학가고 말았다.
시골이지만 아버지 된 도리로서 최선을 다해 피아노를 구해주어야 했는데….
이젠 이렇게 딱 구해서 작곡한다고 하니 대견스럽다. 아마 대학입학을 하자마자 친할머니께서 큰마음을 먹고 투자한 것이라 본다. 투자한 만큼 뽑겠지.
5.전람회의 그림
서울에는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에 그림을 보러 오는가 보다. 미술관에 관람자가 많으니 너무 좋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후배가 그룹전을 한다. 한 개인 화랑에서 이렇게 큰 전시를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고 프로페셔널 한 시대가 온 것 같다. 작가를 책임 질 수 있는 화랑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6.만남
이탈리아 유학을 하고 온 조각가 후배와 독일에서 체류하면서 한국에서 그룹전과 개인전을 하러 온 후배와 토종작가인 나와 함께 차와 술을 한잔하며 대화하다. 이젠 우리도 국제적인 작가가 될 것이다.
7.국제 레지던시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주최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제임스 추와 미켈레가 모레 한국을 떠난다. 제임스 추는 미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청년이다. 조국에서 레지던시를 통해 한국의 작가들과 소통을 원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미켈레는 이탈리아에서 온 청년작가이다. 옛날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외국으로 유학 가서 현대미술을 느끼고 지금도 계속되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대구에서 외국작가를 뽑아 국제 레지던시에 참여시킨다.
왕복 비행기 티켓을 포함해 석 달간 생활비를 부담하여 가창스튜디오에 작업을 하게하고, 전시회를 가창스튜디오 작가들과 함께 레지던시가 끝날 무렵 열어준다. 이 기간 동안 젊은 작가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좋은 작업을 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이 친구 2명이 가창스튜디오를 떠나는 것이다. 함께 작업하고 생활했던 공간과 친구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어디 가서도 씩씩해라. 제임스 추! 미켈레!
8.가을이다.
예술의 도시 대구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예술로서 승부를 걸려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대구에서 훈련을 받은 젊은 작가들이 다른 도시의 레지던시에 참여하기도 하며, 외국 유명도시에서도 활동하는 친구도 있다.
이러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가을바람이 분다. 잘 살아봐야겠다!
정태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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