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골목마다 '다가구 주택' 신축 붐

입력 2011-09-26 10:48:46

중소형 아파트 전세난이 일면서 도심 이면도로에 다가구 주택 신축붐이 일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 전세난이 일면서 도심 이면도로에 다가구 주택 신축붐이 일고 있다.

대구 도심 골목길에 다가구 주택 신축 붐이 불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 전세난과 함께 가격이 가파른 상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원룸이나 투룸' 또는 '빌라'로 불리는 소형 주택 신축이 급증하고 있는 것.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IMF 이후 아파트 공급 부족현상이 일어나면서 2000년대 초반 소형 주택 신축 붐이 일어났다"며 "아파트 공급이 급감해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면도로마다 들어서는 다가구 주택

대구 중구 공평동 시청 부근. 주변을 채우고 있던 식당들과 주차장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신축 다가구 주택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한 공무원은 "한 골목길에 새 원룸이 3곳이나 생겨난 곳도 있다"며 "시청 주변이 새로운 원룸촌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내 이면도로는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차량 진입이 가능한 이면도로에는 올 들어 어김없이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것.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대구에서 허가를 받은 다가구 주택은 1만327가구, 지난 2009년 상반기 3천383가구에 비하면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5천454가구가 허가를 받았다.

주차장 허가 기준이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원룸형)도 올 상반기 671가구가 허가를 받아 지난해 상반기 339가구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소형 주택 신축 붐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직접적 원인이다.

2007년 이후 미분양 사태와 금융위기로 아파트 신축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 가격이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지역에서 일고 있는 소형 아파트 전세난은 소형 주택 신축 붐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평형대 미만 아파트는 최근 10년 동안 신규 공급이 거의 없었고 가격 또한 불과 1년 사이 2천만~3천만원씩 올랐다"며 "서민들이 전세난을 피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다가구 주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축 기간이 짧은 것도 '다가구 주택' 신축 붐의 배경이다.

통상 아파트 건축에는 최소 2, 3년이 걸리지만 다가구 주택은 3~6개월이면 부지 매입에서 입주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시적인 '전세난 틈새 시장' 속에서는 다가구 주택이 대안 주택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신축 다가구 주택의 전세 가격은 33㎡(10평) 기준 원룸은 3천만원 전후, 투룸은 4천만~5천만원으로 아파트의 50~60% 수준이다.

◆공급 과잉에 도심 난개발, 주차난 우려

대구의 가구 수는 86만8천 가구이며, 이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은 22%에 이른다. 이는 2005년에 비해선 가구 수는 5만4천 가구, 1인 가구 비율은 3.8%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소형 주택은 지난해 이후 급격하게 늘고 있어 '공급 과잉'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면도로에 주로 들어서는 다가구나 도심형 생활주택은 주차난과 난개발 등으로 도심 주거 환경 악화의 주범이 될 가능성도 높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가구나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설 경우 주차장 및 편의시설 미비로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지역 노후도를 떨어뜨려 재개발 구역 지정 조건에 미달하는 것은 물론 재개발 조합원 수의 증가로 사업성마저 저하돼 도시 슬럼화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시적인 신축 붐을 타고 소규모 영세건축업자들의 시공이 늘면서 원가절감을 위한 부실시공 우려나 관리 부실로 건물 노후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건축사들은 "지구단위 계획 등을 통해 신축되는 아파트(공동주택)에 비해 다가구나 도시형 생활 주택은 신축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며 "도심 미관이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다가구 주택도 주변환경 등을 고려한 계획적인 신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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