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땅 찾기, 휴면주식찾기, 휴면계좌찾기…
런던 증권가의 펀드 매니저 맥스 스키너. 어느날 그는 삼촌 헨리가 유일한 혈족인 자신에게 거대한 주택과 와인농장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통보를 받는다. 러셀 크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어느 멋진 순간'(2006년 개봉)의 한 장면이다.
맥스 스키너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밑져야 본전이다'는 심정으로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했다 '땅 벼락'을 맞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면주식'휴면계좌 찾기를 통해서도 뜻밖의 횡재를 하는 사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돈벌이는 늘지 않는 가운데 치솟는 물가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숨은 재산찾기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상땅 찾기
상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속되지 않은 토지가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제도다. 조상땅 찾기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1999년 전국 토지전산화 작업이 완료되어 '국가공간정보센터'를 통해 토지 소유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시행됐다.
조상땅 찾기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어려운 경제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2000년 신청자가 129명에 불과했지만 ▷2002년 218명 ▷2004년 412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2005년 1천660명 ▷2009년 2천192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까지 대구시에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은 1만600여 명에 이른다. 경상북도를 통해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도 ▷2006년 3천441명 ▷2007년 5천510명 ▷2008년 5천342명 ▷2009년 6천373명 ▷지난해 6천51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서비스를 신청했다 조상이 남겨 놓은 땅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알지 못했던 조상땅의 존재를 확인한 사람은 4천607명, 면적은 6천264만7천842㎡(2만4천439 필지)에 이른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신청자의 43%가 1인당 1만3천598㎡의 조상땅을 확인한 셈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모(50) 씨는 지난달 대구시청을 찾아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했다 공시지가로 5천400여만원에 이르는 수성구 소재 임야 4만8천595㎡를 찾았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대구에 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서구에 거주하는 한모(53) 씨도 지난해 대구시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통해 공시지가로 2억원에 달하는 북구 소재 임야 7만413㎡를 찾았다.
또 이달 19일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조모(49) 씨가 경북도를 통해 청도군 소재 5만8천215㎡(공시지가 7천250여만원)의 조상땅을 확인했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에 사는 원모(66) 씨가 친척으로부터 부친 명의의 땅이 경북에 있다는 말을 듣고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해 포항시 소재 토지 2만1천461㎡를 찾았다.
조상땅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을 비롯해 시'군'구청 토지 관련 부서를 방문하면 된다. 서비스 신청에 따른 수수료는 없다. 다만 재산권이 개인정보에 해당되므로 서비스 신청은 상속권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직계존비속만 신청이 가능했지만 올 8월 30일부터 변경된 '국가공간정보센터 운영규정'이 적용되면서 상속권을 갖고 있는 형제'자매 및 4촌 이내 방계 혈족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신청할 때는 신청인의 신분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중 하나)과 사망한 토지 소유자와 상속인 관계를 증명해 주는 서류를 준비해 가야 한다. 토지소유자가 2008년 이후 사망했을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2008년 이전에 사망했을 경우에는 제적등본이 상속인 관계를 증명해 주는 서류가 된다.
한편 '국가공간정보센터'를 통해서는 조상 이름으로 된 토지 소유 목록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목록 중에는 자신의 조상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소유한 땅이 있을 수 있고 토지 대장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토지가 매매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조상이 남긴 땅이 맞는지 여부는 추가로 알아보아야 한다. 만일 자신의 조상이 남긴 땅이 맞다면 민법이 정한 상속 순서에 따라 상속 등기를 해야 하는데 신청과 상속은 별개 문제다. 신청자가 반드시 상속을 받는 보장은 없다. 토지 소유자가 1960년 이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장자 상속원칙에 따라 장자가 상속권자가 된다. 그 이후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및 자녀 모두에게 상속권이 있기 때문에 민법에 따라 상속권을 따져 보아야 한다.
◆휴면주식 찾기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달 말까지 '미수령 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수령 주식은 우리사주를 받았거나 매수한 후 시간이 오래되어 잊어버린 경우, 상속을 받았는데 찾을 방법이 없었거나 상속 사실을 모르는 경우, 무상증자나 주식배당을 받았지만 이사 등으로 통지를 못 받은 경우 등으로 인해 찾아가지 않은 휴면주식을 말한다. 현재 예탁결제원에 남아있는 미수령주식은 올 6월 말 현재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포함해 500개 기업 1억7천만 주. 시가로 2천414억원(비상장법인은 액면가 적용)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미수령 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캠페인 시작 2주 만에 1천780여 명이 458억원어치의 주식을 찾았다는 것. 한편 미수령주식을 보유 여부는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한국예탁결제원 홈페이지(www.ksd.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휴면계좌 찾기
직장인 한윤지(33'여) 씨는 최근 집안 정리를 하다 우연히 통장 하나를 발견했다. 2003년 어머니의 권유로 가입한 주택청약통장이었다. 통장에는 가입 당시 넣어 두었던 250만원이 들어 있었다. 주택청약통장을 사용할 일이 없어 해지를 할 생각으로 은행으로 간 그녀는 8년여 동안 이자가 46만원이나 붙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씨는 "주택청약을 할 일이 없어 통장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통장을 찾고 보니 마치 없던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은행 또는 보험사 등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계좌(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 3월까지 발생한 보험사의 휴면보험금은 3조9천억원, 은행의 휴면예금은 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면보험금은 보험계약이 해지 또는 만료된 이후 2년이 지나서도 찾아가지 않은 환급금이나 보험금을 말한다. 휴면예금은 은행'우체국 등에 저축을 한 후 일정기간(은행예금 5년) 찾아가지 않는 예금을 말한다.
휴면계좌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전국은행연합회 휴면계좌통합조회시스템 홈페이지(www.sleepmoney.or.kr)를 이용하면 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의 유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휴면예금이나 휴면보험금이 있을 경우 신분증 등을 가지고 해당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찾을 수 있다.
또 금융감독원은 사망자들이 남긴 금융자산을 상속인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속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채 금융회사에서 잠자고 있는 사망자들의 상속자산은 5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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