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생명의 울림이 퍼져 들게 만드는 푸른 물감과 흰색의 물감 자국들은 마치 공중에 떠돌 듯이 우리 앞으로 전진해 오기도 하고 뒤로 물러나기도 한다.
여유로운 가로 방향의 유동적인 선들은 붓이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 일부인 손바닥과 손가락에 유화 물감을 묻혀 직접 캔버스에 짧은 터치로 만지거나 바르는 형식을 통하여 신체의 행위들을 집적하여 새로운 피륙처럼 짜여지는 시간을 건설하는 이 같은 흔적들의 와중에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만들어 냈다.
그가 표현하는 화면은 도공이 빚어내는 모습을 얻고 있기도 하고, 마치 베틀로 직물을 짜듯 새로이 건설되는 시간들을 만나고 구성해 그 속에서 푸른색이 그의 몸놀림과 함께 하나의 생명력을 숨 쉬게 만든다.
푸른색의 독점적 사용으로 그의 독창성이 동시대 회화에 있어 전통의 혁신을 보여주며, 푸른색은 이미 그의 회화를 의미하는 것이 되었고, 김춘수의 블루라고 불릴 정도이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푸른색을 잊고 살아 있는 선과 면의 율동이 되어 작가의 호흡을 그대로 캔버스 위에 옮겨 놓은 듯 물결 치고 있어 바다나 호수의 짧은 파장의 물결이 요동치며 형성하는 물 자국의 고저를 연상시키기 충분하다. 즉 눈에 보이는 청색이 실제의 청색이 나타내고자 꿈꾼 바로 그 청색을 연상케 한다. 누구의 청색이 어떠한지 비교할 수 없이 울트라 마린이 나타내는 파장은 더 넓다. 이 울트라 마린이 유채로 그려졌을 때 인공조명 아래 비추면 그 색은 더욱 다양해진다.
그래서 멀리서부터 서서히 밀려올 듯한 파도가 보이고, 햇살로 수면 위 별빛을 수놓은 것도 같고, 밤하늘의 북두칠성이나 호수의 햇빛 받은 물결이나 나무숲이 바람에 흔들거리거나 새 떼가 지나가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여름과 겨울의 계절을 느낄 수도 있게 한다.
작가는 이런 것들을 의도했을까. 울트라-마린(ULTRA-MARINE)은 사실 청색 물감의 명칭이지만, 작가는 그 이름 본래의 의미인 '바다 건너편'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유토피아를 형상화한다.
청년 같은 싱싱함과 당당함으로 신생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한 '울트라-마린'은 질료들의 촉감과 질감, 미끈거림과 끈적끈적함, 가벼움과 질척함, 묽은 것과 되직함들의 사이에서 만남의 방식들과 그 시간의 차이, 몸과 마음의 감각들을 조율하고 다시금 매번 새롭게 경험하려고 한다. 크고 작은 면적에 걸쳐진 김춘수의 푸른 공간은 우리를 그 소망이 실천될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가 그 꿈의 언저리에 함께 서 있도록 한다.
조수연 누오보갤러리 큐레이터
▶ 전시는 12월 14일까지 세 차례로 나뉘어 진행된다. 누오보 갤러리 053)794-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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