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家 경식 씨, 천한봉 家 명숙·경희 씨, 김종욱 家 수태 씨
'부전자전(父傳子傳), 대를 이어 몸속에 흐르는 도자기 DNA는 존재하는가 보다.'
문경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국보급 전통 도예명장의 2세들이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할 만큼 최근 전국도예대회에서 잇따라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화제다.
한국 전통도예의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지는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인 백산 김정옥(70) 씨의 아들 경식(44) 씨, 경북도무형문화재 도천 천한봉(79) 씨의 두 딸 명숙(47)'경희(40) 씨가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고, 관욱요 김종욱(55) 씨의 아들 수태(29) 씨도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문경에서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명망이 높다.
김정옥 명장의 외동아들로 8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경식 씨는 최근 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전기물레 대신 전통방식의 발물레로 만든 청화백자 달항아리 작품을 제출해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아버지 김 명장도 23년 전인 1988년 이 대회에서 본상인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어 부자지간에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본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에 앞서 경식 씨는 지난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작품이 소개된 뒤 반응이 좋아 삼도다완, 진사팔각물항아리, 진사꽃병 등 3점이 캐나다 로열온타리오 박물관에 영구 전시되는 등 해외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통 장작가마에서 1m 높이의 대형 청자를 구워내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됐던 김종욱 명장의 아들 수태 씨도 최근 고용노동부 주최 제47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도자기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김 씨는 목긴 항아리와 뚜껑 항아리를 성형한 후 조각작업을 거쳐 굽을 깎는 도자기 부문 기능경기대회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였다. 그는 단국대 도예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2008년부터 문경에서 부친과 관욱요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천한봉 명장의 두 딸인 명숙'경희 씨도 아버지 못지않은 도예가들이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 등지에서 '부녀 초대전'을 열기도 한 이들은 전문가들로부터 "아버지의 훌륭한 작품세계를 바탕으로 조형적인 면에서 새로움을 시도해 세련미가 더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숙 씨는 최근 성황리에 열렸던 세계육상경기대회 기간 동안 대회본부석 VIP실에서 세계 각국의 육상선수들과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국차문화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그녀는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및 국제차도구공모전에서 각각 특선을 한 경력이 있다. 차녀 경희 씨도 한국차인연합회에서 주관한 차도구명품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국제차도구 공모전에서는 특별상까지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버지의 후광에 의존하지 않고 작업과정이 어렵다는 전통방식으로 각자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펼치면서 노력과 실력으로 가업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2세들은 유명 도예명장의 자녀라는 타이틀로 마음고생도 따른다. '누구의 자녀'라는 꼬리표 때문에 쉽게 주목받지만 아버지 덕을 본다는 선입견도 있기 때문이다. 김수태 씨는 도예가로서 실력을 인정받겠다며 아버지가 김종욱 명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지역 도예인들은 "이들의 작품이 훌륭해 어느 것이 아버지 작품이고, 어느 것이 2세 작품인지 헷갈린다"면서 "지역 도예 거목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전통도자기 고장 문경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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