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근 그림
- 이종암
백화점 지하 대중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다가 보았다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 청년과 아직 볼이 발그스레한
앳된 여자가 구석진 자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떡라면 먹는 여자를 바라보는 청년의 잇바디가 다 드러나
있다 청년의 된장찌개도 나오자 그는 된장 속 두부 조각
을 얹은 하얀 쌀밥 만삭인 여자 입 속으로 쑤욱 밀어 넣는
다 제 입도 한껏 따라 벌어지며
아, 소리 없는 웃음으로 그려내는
저 둥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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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이라는 단어 안엔 '만삭'의 이미지가 숨 쉬고 있지요. 둥근 것 안에는 따뜻하지 않은 것 없어요. 둥근 것은 우주, 그 안에 남자와 여자가 있고 밥과 사랑이 있어요.
언젠가부터 도시는 사각으로 변하기 시작했지요. 높은 빌딩, 번잡한 네거리, 모두 사각이에요. 대용량을 수용하기 위해 생겨난 사각의 틀에 갇히면서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만나는 양태들이 사각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모가 나고 있었어요. 서로가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생각해보세요. 누가 원한 일 아닌데 모서리를 만들고 모서리에 다치면서 우리들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던 것을요. 그래서 시인은 그 사각의 세상 안, 백화점 지하 식당에서 서로가 서로의 입에 밥을 넣어주는 젊은 부부를 만난 일이 환하게 기뻤다는 것, 더구나 만삭의 부인을 지극정성 위하는 청년을 본 일, 그거 바로 둥근 그림이었다는 것.
'아' 하고 밥을 떠넣어 주며 벌어지는 둥근 입 안에 위로가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오순도순 이야기도 있어요. 사각의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둥근 그림'을 찾도록 해요.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일은 원형原形/圓形을 되찾는 일일 거예요. 저 부부처럼 착하고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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