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차만 마시나요? 여긴 웨딩드레스 입고 놀아요…

입력 2011-09-17 07:58:00

대구 이색카페 속속 등장

차도 마시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는
차도 마시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는 '드레스향'.
독립된 공간(방)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차를 마시고 휴식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방)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차를 마시고 휴식을 할 수 있는 '수카페'.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체험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체험'판매장과 패밀리레스토랑이 결합된 신개념 공간인 '뮤토리'.
고양이카페에 들어서면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카페에 들어서면 페르시안 친칠라'러시안 블루 등 17마리의 고양이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카페문화가 변하고 있다. 개성 넘치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이색 카페가 속속 등장하면서 카페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 분위기 있게 차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재미가 있는 놀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독특한 테마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색 카페의 문을 두드려봤다.

◆펫(pet'애완동물)카페

대구시 중구 동성로 3가에 있는 '강아지&고양이' 카페. 올 7월 문을 연 이 카페는 입장료(성인 7천원'학생 6천원)를 내면 차를 마시며 강아지'고양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펫카페의 출현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펫카페가 등장하게 됐다.

'강아지&고양이' 카페 운영자는 개 훈련사 출신인 전동훈(24) 씨다. "개를 좋아해 훈련사가 됐지만 통제된 환경 속에서 개를 키우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교감할 수 있는 펫카페를 열게 됐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강아지 카페만 열 생각이었으나 동물 애호가들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3층에 고양이카페, 4층에 강아지카페를 열게 됐다고 했다.

3층 계산대에서 입장료를 지불하면 음료수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 음료수로는 커피'차'주스 등이 준비돼 있다. 음료수를 주문하고 나면 동물에게 음식물을 주거나 무리하게 안고 다니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등의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를 나눠준다. 짧은 치마 또는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성들에게는 일바지(일명 몸빼바지)를 빌려준다.

음료수를 들고 고양이카페로 들어가면 페르시안 친칠라'러시안 블루'터키쉬 앙골라 등 17마리의 고양이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고양이들은 테이블 위로 올라오거나 손님들 발아래로 기어다닌다. 나른한 듯 고객들을 위해 놓아둔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하는 고양이들도 있다. 카페를 처음 방문했다는 정혜진(경북여상 3년) 양은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데 강아지&고양이 카페 간판이 보여 들어왔다. 친구와 차도 마시고 귀여운 고양이들을 만질 수 있어 좋다. 이제는 강아지 보러 가야겠다"며 종종걸음으로 4층으로 올라갔다.

혜진 양을 따라 올라간 4층은 견공들의 세상이었다. 골든 리트리버'잉글리시 불독'낭만 달마시안'간디 치와와'포메라니안 등 12마리의 견공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뛰어놀고 있었다. 강아지카페에 있는 개들은 모두 성격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유순한 놈들이다.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해 난폭한 성격을 드러낼 경우에는 바로 퇴출이다.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고양이카페와 강아지카페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양이카페는 제법 카페 분위기가 난다. 아담하게 실내가 꾸며져 있고 고양이들의 움직임이 요란하지 않은 까닭에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카페는 상황이 다르다. 물어뜯기를 좋아하는 개들의 습성을 고려해 실내 인테리어를 가급적 자제했다. 또 사람을 보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개들로 인해 대화를 하기도 쉽지 않다. 강아지카페는 개들과 사람이 어울려 노는 놀이터 분위기다.

'강아지&고양이'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동물 애호가들이다. 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키울 형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찾기도 한다. 특히 강아지카페에는 자신이 기르는 애완견을 데리고 올 수 있다. 애완견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많다. 평일에는 오후 1시~9시 45분, 주말에는 낮 12시~오후 9시 45분까지 문을 연다. 070-7757-4445.

◆룸카페

독립된 공간(방)이 제공되는 카페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차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룸카페의 최대 장점. 대구 중구 삼덕동 1가에 있는 '수(SUU)카페'에는 2~6인용의 크고 작은 방들이 43개나 있다. 핑크'화이트 계열의 벽지로 곱게 장식되어 있는 방에는 방석과 베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방은 밀폐된 형태가 아니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커튼이 드리워져 있지만 개방된 구조로 되어 있다.

방은 용도에 따라 게임방과 TV방으로 구분된다. 게임방에는 닌텐도 WII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마리오 카트'WII 스포츠 등 15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TV방에서는 드라마'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TV방에서는 노트북을 1시간 동안 무료로 대여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기본요금(7천원)을 내고 입장하면 게임방과 TV방을 오가며 평일 3시간, 주말 2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셀프바에서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커피 등 30여 종의 음료수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식빵'시리얼'즉석에서 튀겨 낸 팝콘 등으로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다. 성인은 시원한 맥주도 사 먹을 수 있다. 기네스'코로나 등 6가지 맥주가 갖춰져 있다. 맥주 가격은 병당 3천500~4천500원이다. 500~3천500원을 부담하면 최신 영화도 볼 수 있다.

수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층은 초등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다양하다. 카페 운영자인 김창훈(45) 씨는 "초'중'고 학생들은 게임을 많이 즐기고 40, 50대 주부들은 TV를 보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건전한 데이트를 즐기려는 20대 커플과 생일 파티를 열기 위해 친구들과 카페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자정까지 영업. 053)252-3341.

◆폰카페

이달 1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문을 연 '뮤토리'(Mutory)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체험'판매장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결합된 신개념 공간이다. 430㎡(130평) 규모의 매장 한가운데는 SKY의 'Vega Racer', 애플사의 'I Phone 4', 테이크의 '야누스', LG전자의 'Optimus Big', 삼성전자의 'Galaxy SⅡ' 등 다양한 기종의 최신 스마트폰을 마음껏 조작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스마트폰을 체험하다 출출해지면 매장 한쪽에 마련된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피자 등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주문은 테이블에 설치되어 있는 태블릿 PC를 이용해 뮤토리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면 된다.

뮤토리는 이인철(40)'김경화(40'여) 씨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0여 년간 통신회사에서 근무한 이 씨가 직장 경험을 살려 폰카페 사업을 구상했고 김 씨가 투자를 하면서 사업 파트너가 됐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뮤토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이색적인 공간 연출에 호기심이 발동한 젊은층들이 매장을 많이 찾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매장을 찾아 여러 가지 스마트폰을 조작해보고 기호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대학생 김성준(25) 씨는 "스마트폰의 경우 기종 변화가 심해 6개월만 지나면 구형 모델이 된다. 최신 스마트폰을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 맛있는 식사도 같이 할 수 있어 2∼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오후 11시까지 문을 열며 음식은 낮 12시~오후 9시 30분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1577-9899.

◆드레스카페

대구 중구 공평동에 있는 '드레스향'의 첫인상은 화사함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마치 웨딩숍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은 커플들의 사진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손을 꼭 잡고 활짝 웃는 커플,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 커플, 회갑기념으로 사진을 찍은 노부부, 두 딸과 함께 찍은 단란한 가족사진은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환하게 만든다.

드레스향이 문을 연 것은 2005년이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혁상(33) 씨는 한 번쯤 예쁜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에 착안, 차도 마시고 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는 드레스카페를 열었다. 카페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과 드레스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무대로 나누어져 있다. 무대는 신혼부부가 거주하는 거실처럼 핑크톤으로 장식되어 있다.

드레스향에서의 기념 촬영은 기본적으로 셀프다. 음료(4천~4천500원)를 주문하면 앨범을 갖다 준다. 앨범을 보고 입고 싶은 드레스 또는 턱시도를 고른 뒤 파우더룸에서 치장을 하고 무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드레스는 60여 벌, 턱시도는 20여 벌 갖추고 있다. 부케'웨딩슈즈 등의 액세서리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드레스의 경우 5천~2만5천원, 턱시도는 8천원의 임대료를 따로 내야 한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도 기념 촬영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5천원이면 디카를 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찍은 사진은 CD 1장에 무료로 담아준다. 추가로 CD가 필요할 때는 장당 1천원을 내면 된다.

카페가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20대 여성들과 커플들이 주 고객들이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특히 전문가의 솜씨가 담긴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구에 의해 2009년 카페 맞은편에 전문 촬영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결혼 30주년'임신 등 다양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카페를 찾는 가족들이 부쩍 늘었다. 또 저렴한 웨딩 촬영 상품을 선보이면서 간소하게 웨딩 사진을 찍으려는 재혼 부부, 웨딩 비용을 절약해 신혼여행을 좋은 곳으로 떠나려는 예비신혼부부들도 많이 찾고 있다. 낮 12시~오후 10시(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문을 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 053)254-3319.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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