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구 온 李화백 "만남 미술관으로 부르자"…대구시 "그런
지난해부터 대구시가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고, 시민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우환 미술관'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이우환 특별전이 이달 말이면 막을 내리는 가운데 대구에 들어설 이우환 화백의 미술관에 지역 미술인들은 물론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우환 화백과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지난 7월 대구를 방문, 미술관 건립 가능 부지를 함께 돌아보고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나 미술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다.
◆미술관 이름에서 '이우환' 빠지나?
이우환 화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미술관의 명칭이 애초 '이우환 미술관'으로 불리다가 '만남의 미술관'으로 바뀌자 미술관 이름에 '이우환'이라는 이름 석 자가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화백은 '이우환 미술관'이 개인 미술관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동서양 현대미술 대가들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만남의 미술관'이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를 두고 지역 미술계에서는 "이우환 미술관으로 추진된 미술관에 이우환이 빠지게 되면 대구미술관과의 차별성이 없어짐은 물론이고 대구가 미술관을 또 짓는 의미도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으며 미술관 이름에 이우환이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도 미술관의 가칭(假稱)이며, 아직 최종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우환을 비롯한 명성 있는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것이 애초 취지인 만큼 대구시는 '이우환'이라는 이름 브랜드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화백은 지난 7월 "대구가 워낙 저력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대구가 국제적인 문화 도시로 자리 잡는 데 이 미술관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관 위치는 어디로?
이 화백과 안도 다다오는 7월 대구를 방문했을 때 미술관 예정 부지로 두류정수장, 성당못 인근 수경지 등을 둘러본 적이 있다. 현재 두 사람은 두류정수장보다는 1만3천200㎡(4천여 평) 규모의 수경지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연계돼 있으며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 특히 안도 다다오의 마음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화시설 이외에 주변에 특별히 다른 시설이 없고 독립적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물, 언덕, 산 등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된 것이 특징인데, 수경지는 양쪽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움푹 들어간 데다 물이 곳곳에 있어 독특한 미술관의 콘셉트로 활용하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도 다다오는 지난번 대구를 방문했을 때 "미술관 부지로 평탄한 땅이 효율적이겠지만 개성 있는 미술관을 위해서는 경사가 있는 땅이 좋다"고 말했다.
이 화백과 안도 다다오는 자연환경 및 주변 공간과 미술관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미술관 입지의 자연환경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해왔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지난해 6월 문을 연 일본 나오시마 섬의 이우환 미술관은 주변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작품이 자연과 잘 어우러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일정
이 화백은 현재 프랑스 파리의 작업실에서 만남의 미술관에 초대할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를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은 이들과 교감하며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화백은 만남의 미술관을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 미술관과 비슷한 콘셉트로 구상하고 있다. 지추 미술관은 한 전시실을 온전히 한 작가를 위해 만들었으며 지추 미술관에는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워터 드 마리아의 작품 9점만 전시되고 있다. 만남의 미술관은 작가 전시 공간을 비롯해 한국 작가들의 방, 상설 전시실, 기획 전시실 등으로 꾸며질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의 규모도 참여 작가 수가 정해져야 구체화될 수 있다.
대구시는 이 화백의 구상안이 올해 안으로 나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설계에 들어가면 2014년에는 만남의 미술관이 대구에 들어서게 된다.
성당못 부근 수경지에 미술관이 들어서게 될 것을 대비해 대구문화예술회관도 이를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문화예술회관과 성당못, 금룡사로 가는 산책로 등 이 일대를 아트 스트리트(Art Street)로 만들어 공연과 미술이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제안할 예정"이라면서 "여기에 만남의 미술관이 들어서게 되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도 느꼈지만, 세계 문화의 발신과 수신을 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 포인트가 대구에도 몇 개는 있어야 한다"면서 "대구는 문화적 저력이 있는 곳인 만큼 지역에 세계 수준의 미술관이 들어서면 대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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